뭘 빌어도

빈 마음으로 빌어야 한다

 

 

 

 

 

 

 

수--- 많은 이름 가운데

내가 부를 이름은 하나입니다

오직 하나.

 

그대가 부를 이름도

오직 하나였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것 그 하나 였으면 좋겠습다

 

 

 

 

 

 

들말길 20,

그곳에 가면

표주바가지, 함바가지가 걸린 낮은 집이 있다.

 

들말길 20,

그곳에 가면

'환영해요~'라는

우리나라 말 아니어도 익숙한 말이 인사를 건내온다.

 

내 것이 아니어도 익숙하고 좋은 말이 인사를 해준다.

 

그곳에 가면.

 

 

 

 

여름이 미처 지나가기도 전에

버려진 여인네야.

 

남자가 너를 버렸는지

남자의 여자가 너를 버렸는지

너는 그렇게 버려졌구나.

 

아직 여름도 지나지도 않았는데

버려질 준비도 되지 않았을 터인데

그렇게 그렇게 방치되어 버려졌네.

 

뚤린 가슴 구멍 사이사이로

가을 바람 불어 오겠다.

 

너는 참으로 춥겠다

 

 

 

 

 

 

 

괜찮아요.

 

이곳이 제 자리에요.

원래의 자리일것이에요.

 

그리 보지 마세요.

당신 마음 그대로 보지 마세요.

나의 마음 이대로 보고 계셔야 하지요.

쫒아 갈 마음도 따라 올 마음도 없이.

 

이곳에 있을 거에요.

가지도 오지도 않을 거에요.

제 자리를 찾은 것이니까요.

그런줄 아세요.

그런줄만 아세요.

 

 

 

 

 

우리 오늘 해지기 전에 만납시다.

저녁 6시가 좋겠소.

 

차가운 맥주 한잔씩 어떻겠소

 

얘기하고

손 잡고

입도 맞추어 봅시다.

 

밤이 어찌 흐르는지

음악이 어찌 퍼지는지

그런거 모른체

이야기하고

손도 잡고

그래봅시다.

 

빈잔을 채워가며

새벽 2시,

새벽 3시.

하루 꼬박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우리 그때까지만이라도 같이 있으십시다.

 

술잔이 마지막 빈잔이 될때까지

당신은 내 옆에 있어 봅시다

나는 당신 곁에 있어 봅시다.

 

우리 매일매일 그렇게 함께 해 봅시다.

 

그것이 좋겠소.

나는 참으로 좋겠소.

 

 

 

 

 

 

강화의 바람에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무엇인지 뱉어 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강화를 불어대는

그 바람에는.

 

lomo 2011-10 (1)

 

 

 

 

 

 

둘레둘레 가봅시다

 

벗이여

 

lomo 2011-10(1)

 

 

 

처음이 되자 하십니다

처음으로 처음처럼 되자 하십니다

 

하늘에서 춤을 추는 저들 처럼

새하얗게 되어 처음처럼 춤을 추는 저들 처럼

 

마음을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모르는데도

마음을 어찌 하늘 아래 부끄럽지 않게 놓아야 하는지 모르는데도.

 

그저 아이처럼 처음으로 돌아가자고 하십니다.

 

 

 

 

 

꽃길 따라 흥얼거리며 걷다가

그리 혼자라는 것이 너무 좋아버렸다

 

사람은 원래 혼자인데

어쩌다가 어울려서 그걸 잊어버린건지.

 

잠시 모양에 취한 것일 게다

향기에 정신을 잃은 것일 게다

 

 

 

어리석은 사람이기에

사람 가는 길에도 이정표가 있듯이

삶의 길에도 이런 이정표가 있으면 참 좋겠다.

 

 

 

 

내가 가야 할 길이었다

나만이 가야 할 길이었다

함께 갈 길이 아니었다

 

 

 

 

바다보다 깊은 질문을 어찌 풀까요

바다보다 무거운 그 질문을 어이 볼까요

바다보다 넓은 질문들에 파묻히지 않고 어찌 살아날까요.

 

 

 

 

냇물 너머에 강이 있고

강 너머에 바다가 있고

산 너머에 산이 있고

땅 너머에 땅이 있다

 

문 너머에 문이 있고

길 너머에 길이 있다

 

끝이 없기에

너머의 너머라고 말한다

나는 그게 참 좋다

 

 

 

 

 

내 머물 곳엔

많을 것 없이

따뜻한 차 한잔이면 됩니다.

그 한잔의 마음이면 됩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침묵

 

단 한번의 숨소리도 시끄럽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듯

삶속에서 나의 인생을 기다렸다

연이 될 만한 인생만을 기다렸다

 

 

 

 

 

하나의 아름다움과

여럿이 모여 일구어진 아름다움.

 

어느것이 더 아름답더냐.

 

/no.166/

 

 

 

 

인연따라 가는 길이고.

길따라 가며 만나는 것이 인연이다.

 

인연이 다하면 그 길도 다하는 것이고

그 길이 끝났다면 다른 길을 찾듯이

연이 그 어느 시점까지라면

그 시점까지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기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정성들여 살면 되는 것이다.

 

 

/no.166/

 

 

 

 

길 가다 보면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하는

바람님을 만난다.

 

/QL17-081/

 

 

 

 

 

길은 그런거다.

앞서 가는 이가 있고.

뒤에 오는 이가 있다.

 

그리고 기다려 주는 이도 있다.

 

길위의 풍경은 그런거다.

 

/QL17-081/

 

 

혼자 걸어라

 

그 모든 길을

혼자 걸어 가듯

그렇게 가라

 

/QL17-081/

 

 

 

 

들풀 하나 꺾어 주어

피리 부는 법을 알려 주었더니

볼이 터져라, 얼굴이 빨개져라 하네.

그러면서 들판 피리 소리는 커져 가네.

 

 

 

 

놀이터.

 

하늘 그네를 타고있는 곰돌이 커플은 소리없이 웃고

조명 아래서 춤추는 두명의 무희의 숨소리는 뜨거워.

 

높은 천장

매끄러운 바닥

다 다른 것이 뒤섞여

하나의 조화를 이룬

놀이터.

 

함께...갈까?

 

'소원'이라고 불리는 이 곳으로.

 

/lomo no.167/

 

 

 

 

 

방문을 열고 나가보니

서쪽에서 손님이 왔네.

 

평범한 우리집 주방에

잠깐 쉬러 오셨나 보다.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놀다 가셔요.

쉬었다 가셔요.

서쪽 요정님들이 오시면 참 좋거든요.

 

 

/lomo no.167/

 

 

 

 

 

책을 읽으면 아는게 많아지는 거야?

독서를 많이 하면 모르는 것이 없어지는 거야?

 

그런데  왜 안 그런거야?

 

책을 읽고 또 읽으면 말야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되거든.

 

알고 있는 세상보다 모르는 세상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되거든.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무지한 나(me)'만 늘어난다니까.

 

참 이상하지?

 

/lomo no.167/

 

 

 

 

 

 

 

 

 

 

어여쁘시다 하여 머물렀던 것입니다.

그러지 아니했다면 피었을 꽃도 없을 것이고

그 어떠한 한 꽃도 피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원죄입니다.

 

 

 

 

객을 위한 방을 비워보세요.
누구든 들일 수 있도록.

누구든 떠날 수 있도록.

그렇게 항상 빈 마음으로 살아야 해요.

가시나무로 채우지 말아요.
쉬고픈 이 울고 가게 하지 말아요.
빈 마음으로 울지 말고 살아야 해요.

 

 

 

 

 

때를 알아서 자신을 숙이고 숨을 오므리는

한송이 연꽃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기에

 

 

(2011.6월)

 

 

 

 

 

햇살보고 들어오랬다.

햇살은 나오라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작은 문틈으로 나누는

눈인사만으로도 마냥  좋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안이 따뜻합니다.

한번 나와 보시지요. 밖이 상쾌합니다.

 

/lomo no.161 - 용문사에서/

 

 

 

 

일천일백살이 된 은행나무와

마음 짓는 사람이 사는 공간에

아침이 내렸습니다.

 

/lomo no.161 - 용문사에서/

 

 

 

 

 

행복한 가족을 만나는 것은

마치 봄날의 따뜻한 햇살이

세상을 미소짓게 하는 것과도 같다.

 

나에겐 그렇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러할 것이다.

 

성숙과 성찰로써 결속된 가족은

통합된 성장과 상호간의 보살핌으로

세월을 더할 수록 농익는 듯 하다.

 

여기 내가 아는 행복한 이들이 있다.

 

/lomo no.162/

 

 

 

 

 

나의 봄은

맨먼저

앵두나무의

꽃망울이

알려준단다.

 

/no.163/

 

 

 

 

철쭉과 진달래,

한순가의 슬픈 목련,

소박한 수수꽃다리.

 

나에겐 봄의 기운으로

흥겨움을 만드는 정령들.

 

/no.164/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그 아픔조차 그리웁기에.

 

/no.164/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양과 색을 지니고 있습니까.

이러한 모습입니까.

이러한 색깔인가요.

 

빨간 사랑은 싫습니다.

너무 강렬하니

다른 것들이 모두 퇴색해 버리니까요.

또한 그 색이 너무 짙으니

어느때이고 옅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두려움이 크니까요.

 

/no.164/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양과 색을 지니고 있습니까.

이러한 모습입니까.

이러한 색깔인가요.

 

노랑빛 사랑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유쾌하겠지요.

그러나 슬플 것입니다.

멀리 날라가 버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뒤돌아 봄 없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no.165/

 

 

 

 

 

삶에서 매 순간마다 만남이고 이별이라지만

함께 온 길을 함께 되돌아 가길 희망한다.

 

홀로 남거나 홀로 나서서 가는

그 길과 그 시간들은

지상 최대의 쓸쓸함이 무엇인지

알려주려는 것 같아서

무섭다.

 

/no.165/

 

 

 

 

문을 닫지 말아라.

결코 다시 열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문을 닫지 말아라.

지금은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no.166/

 

 

 

 

 

 

 

 

(2008.5월)

 

 

 

 

 

 

 

 

 

바삭바삭한 애정을 키우는 관계.

 

/lomo no.159/

 

 

 

 

 

그것이 나의 모습이라면

산산히 부서진 모습이라도

안고 가야 할 것을.

 

/lomo no.159/

 

 

 

 

 

눈이 와야 겨울인 것은 아니지만

눈이 오면 더욱 좋은 것이 겨울이지요.

 

올만큼만 와주어

사람들 고생하지 않으면

더욱 좋을 눈이랍니다.

 

/lomo no.159/

 

 

 

 

 

생각이 널뛰지 않도록 잡아 놓고

마음이 무어울까  비어 놓고

미소는 항상 지니고 있으리니.

 

그것이 다만 나의 자리.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않는 그 자리에서.

 

/lomo no.160/

 

 

 

 

문경 휘향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감탄으로 가득하듯

길벗들의 미소와 밝은 얼굴빛에 나도 기쁨으로 가득할지니

그마음 그 한 뜻으로 일상의 흔들림조차

내 배움, 내 공부가 되어

함께 하는 이들과

함께 할 이들과

나누었으면

좋을진데.

 

/lomo no.160/

 

 

 

 

내, 비록 직접 지은 밥상은 아니지만

그 마음 그 뜻으로 내어 봅니다.

 

'맛 보아 주셔요'

 

/lomo no.160/

 

 

 

 

 

내려 받은 저 물이 윗물같이 청정하듯이

가르침이 배움되어 맑기가 항상 그같어라.

 

/lomo no.161 - 용문사에서/

 

 

 

 

 

 

어느 이의 발을 감쌀 고무신일꼬.

볕 한가득 따뜻하게  될 지리니.

하얀 신 신고 따뜻하게 될 지리니.

 

/lomo no.161 - 용문사에서/

 

 

 

 

 

 

隨수.

단지 뒤따를 뿐입니다.

 

/lomo no.161 - 용문사에서/

 

 

 

 

 

창연스님

 

편안함을 주시는 분.

쉬시는 시간에도 여러번 마음 내어주심이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다.

 

 

/lomo no.161 - 용문사에서/

 

 

도림천에 살다보면

내 보기에도 내가 좋다

 

/lomo no.161 - 용문사에서/

 

 

 

(2008. 2월)

 

 

세겹의 마음을 열어

도르르 도로록- 빛나는 돌을 만나요.

돌과의 대화라도 열어볼라치면

가슴안으로 눈빛이 들어와요.

심장안으로 눈물빛이 들어와요.

세겹의 마음을 열면

홍조 띤 웃음이 만나죠.

눈물이 될 웃음이 있으니까요.

/no.154/

 

 

 

 

머리와 가슴에 배꽃을 단 아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매일 매일 커가겠지.

나중에는 꽃 같은 것은 달지 않겠지.

그러면 이때가 그립겠지.

배포장지를 꽃이라 달면서

즐거워 하던 한때를.

'생일 축하해요'

/no.155/

 

 

 

 

 

 

 

 

누구는 고인 물에 비친 하늘상만 보고서

모든 바닥이 하늘과 같다 할 수도 있겠지.

사람도 그러하지.

보여지는 일부만으로 그 사람이

어찌 예쁜 사람이라고 할런가.

무엇을 보여주어야만

예쁜 사람으로 보여지는지를 아는

간사한 존재가 인간이거늘.

보여주지 않는 것들이 더 많지.

그래서 인간의 발은 바닥에 붙어 있나 보다.

그래서 내 발은 바닥과 가장 가까운가 보다.

/no.155/

 

 

 

 

 

 

 

마음에 품는 꿈 하나쯤은 있겠지.

/no.156/

 

 

 

 

 

 

사람만이 드나들라고 있는 문이 아닐 것이다.

날개달린 것들도 들어오고

여섯발 여덟발 가진 것들도 드나들라고 있는 문일 것이다.

햇빛도 달빛도 제 집인것 처럼 오가기를 할 것이다.

구름소식을 담아서 바람도 쉬다 가겠지.

활짝 열어 놓은 문들이

그 모든 것들에게 어서 오라 하는 듯 하지 아니한가.

/no.156/

 

 

 길은,

 

사람들에게 있는가.

사람에게 있는가.

내게 있는가.

/QL17 no.79/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제고 나도 길을 가겠지.

어쩌면 저들이 걸었던 길을 내가 갈 수도 있겠지.

어떤 길이든 먼저 간 이들이 있고

처음인 길은 없는 것이다.

/no. 157/

 

 

 

 

 

 

사뿐히 내려 앉는 잎들아,

왜 이리 가볍지가 않더냐.

너희들이 앉았던 자리를 보니,

금이가고 내려앉기까지 한다.

너희는 사뿐히 왔건만

억장이 무너지는 것은 왜이더냐.

/no. 157/

 

 

 

 

 

 

 

마음에 멍을 내니

빈 술병들이 쌓이더라.

/코니카 C35 no.001(Test Roll)/

 

 

 

 

 

쉰다는 거.

그건 그냥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의

짧은 간막 같은 거.

머문다는 거.

그건 그냥

방랑과 방랑 사이의

잠시의 미풍 같은 거.

/135BC no.010/

 

 

 

 

 

무엇을 담았더냐.

물을 담았나이다.

무엇을 담았더냐.

땅을 하나 담았나이다.

무엇을 담았더냐.

연꽃불을 담았나이다.

무엇을 담았더냐.

나무생명을 담았나이다.

무엇을 담았더냐.

높다던 하늘을 담았나이다.

무엇을 담을 수 있더냐.

니 마음도 담을 수 있더냐.

/no.151/

 

 

 

그 빛에 취해 나의 부끄러운 손을 내밀어 본다.

나는 네 빛이 좋다.

나는 네 빛이 좋다.

나는 네 빛이 정말 좋구나.

물빛도 되고 바위빛도 되고.

부끄러운 이 보잘것 없는 손을 미련스럽게 내민다.

그 빛이 되고 싶어서.

/QL17 no.077/

 

 

 

 

인연일까.

우연일까.

여기까지 왔다.

이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런가.

/QL17 no.077/

 

 

 

 

바지단이 조금씩 젖어 온다.

풀숲길을 걷다보면.

일부러 초록에 뺨을 스치고

어깨를 스치고 가슴을 대어본다.

머리에 풀이 자란다.

/QL17 no.077/

 

 

 

 

 

누군가의 추억을 보고.

누군가의 꿈을 투영하고.

누군가의 노래하는 가슴에 운다는 것.

/QL17 no.077/

 

 

 

내 일상의 공간이에요.

가끔 향도 피우고

좋아하는 촛불도 키웁니다.

먼지가 내릴까 놓아둔 손수건을 거두면

다기茶器도 조금 있습니다.

서랍속에는 약간의 차茶도 있어요.

내 일상이 잠시 쉬면서 머무다가 가는 공간입니다.

햇살이 좋은 곳이지요.

멋드러지지는 않아서 선뜻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함께 해주실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맛있지는 않아도

조금 좋은 차를 드릴 수 있어요.

아주 좋은 향은 아니더라도

제가 즐겼던 향도 피우지요.

촛불도 함께 좋아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저는 그 빛을 아주 마음에 들어한답니다.

보잘것 없더라도 한번쯤 들려 주시겠어요?

/QL17 no.077/

 

 

 

 

 

일상이 다시 시작됩니다.

아침 해는 항상 그 골목, 그 아파트 건물들을 바라보고.

바람은 한결같이 창가의 긴 치마단을 펄럭이지요.

눈을 뜨고 내가 사는 곳을 내려다 봅니다.

눈을 감고 내가 살 곳을 희망하여 봅니다.

그 둘이 다르기를 기원하여 봅니다.

/QL17 no.077/

 

 

 

 

자전거에 올라타고 페달을 밟아보라.

강바람을 마주하고 26인치의 커다란 바퀴에 몸을 실어보라.

더위가 있는 여름이라지만은 저녁의 강에는 시원한 공기가 있다.

숨죽이던 감성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직은 가슴이 뜨겁다는 것을 느낀다.

여전히 나는 나로써 있음을 느낀다.

해가 질때쯤.

자전거의 자물쇠를 풀어라.

/no.153/

 

 

 

 

 

어디를 어디만큼 가려나요.

어디로 어느만큼 머무르려나요.

언제고 어느만큼 좋은 친구로 있을런가요.

오래오래 그래주세요.

/no.153/

 

 

 

 

마음이 잔잔해야

마음위에 떠있는 연잎위에 앉아 쉬지요.

연잎이 있어서 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물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랍니다.

/no.153/

 

 

 

 

말을 하지 않으련다.

손을 잡아 보련다.

가슴을 맞대어야지.

소리가 느껴지고

울림이 들린다.

기분이 좋은.

/no.154/

 

 

(2007.8)

 

 

 

 

 

소박한 공간에

햇님의 작은 선물이 발치에 놓아진다.

발바닥이 소리없이 꺄르르 거린다.

그래도 그 소리가

낮은 담 너머로 전해질까 걱정이다.

공부하는 님들의 처소로 넘어갈까 조심스럽다.

/no.148/

 

 

 

 

 

 

넘쳐나는 음식을 앞에 두었을 적에는

그 먹거리가 내 몸으로 오기까지의

시작도 그 끝도 기나긴 과정도 고마움도

기억되지 않는다.

. 작은 먹거리가 놓여 있을 적에는

큰 고마움이 절로 생기므로

누가 하라 하지 않아도

합장손으로 밥을 거두고 반찬을 거둔다.

마음은 이미 경이로움과 감사함으로 그득이다.

/no.148/

 

 

 

 

 

만트라깃발에는 바람이 읽어주는 경전이 있듯이

하늘에서 춤을 추는 연등 자락에는

사람들의 한소망 한기원이 담겨져 있나보오.

하늘이 그 소망을 덮고

바람이 그 기원을 널리 퍼뜨려 주리다.

-조계사-

 

지금 세상은 오색바다 밑.

나무는 그렇게 수초가 되어

오색물결위로 제 가지를 뻗어본다.

나는 오색바다 생물체.

숨소리도 다섯가지 소리로 낼 것만 같은.

-조계사-

 

 

 

 

낮시간의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고요한 시간이 열려지면

예쁜 자색의 꽃과

다색의 연등의

시선 맞추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가 만들어진다.

-길상사-

/no.151/

 

 

 

 

 

 

무엇으로 가득 담으리오

- 길상사 -

/no.151/

 

 

 

 

 

 

 

 

 

새하얀 꽃나무가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이 큰 바람에 실려서 나를 데려다 주오.

손끝을 빠져나가는 바람은 대답이 없다.

/no.150/

 

 

 

 

 

 

길에서 시작하고

길에서 끝날까.

봄날의 기억은.

/no.150/

 

 

 

 

 

 

 

 

작은 모양새가 너무 예쁘어

조금 가까이가 작은 소리로

안녕 그렇게 만남의 인사를.

수줍 수줍게 한참을 있다가

작은 목소리 들려와 응,안녕.

그저 그모습 너무나 예쁘어

조용히 미소 가득하니 인사를 받아주었지.

/no.151/

 

 

 

 

 

누구를 기다리길래

층층계 밑까지 마중나와 있누.

설레는 마음이 초록빛에 그득하구나.

/no.151/

 

 

(2007. 5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