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밤시간에 잠이 든 딸아이를 두고
나 홀로 깊은 밤까지 깨어있다가
하던 것을 덮었다. 혼자 누워있는 아이 옆으로 가 나도 누워야지.
마지막으로 열려진 부엌 창문을 닫자.
가을 깊은 밤과 새벽에 차오를 차가운 공기가 우리의 온기를 식힐 수 없도록.
작은 창을 닫고 돌아서니 부엌 의자 위에 딸아이의 동화책이 펼쳐져 있다.
저녁 설겆이 중에 다가와 책을 읽어 달라는 소리짓과 몸짓으로 들고 왔었지.
어린 책은 펼쳐진 채로 놓여졌고 너는 한 줄도 들을 수가 없었지.
가여운 것, 엄마가 그랬구나.

밤새 내내 책장은 열어진 채로 내일을 맞을 것이다. 엄마가 읽어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너의 마음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펼쳐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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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다른 집 아이를 안아보게 된 일이 두 번 있었다.
4개월 된 해솔(지훈,주희네 아들)이를 우리집에서 잠깐 안았고,
도천에 사는 지우네에 놀러가서 지우를 한참 안았다.
그 두번 모두 다연이가 곁에 있었고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아기를 안을때에 비해 제 또래인 지우를 안았을때 다연이는 무심한듯 보였다. 속으로 의외라고 여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 직후 방과후 수업이 있어 나가려고 하니 갑자기 다연이가 매달리며 많이 울었다. 이런적이 거의 없어서 우리 부부가 놀랬다. 간신히 아빠에게 맡기고 나올수 있었다.
그런데 다연이가 낮잠을 길게 못자고 깨어서는 엄마엄마를 부르며 무척 심각하게 울었더랜다. 아빠가 어서 와달라는 의미로 카톡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수업을 마친 후의 볼일을 미루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딸아이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아마도
엄마 품에 다른 아이가 안겨있는 상황을
겪었기때문이라 추측해본다.
다연이에게는 그것이 무척 생경하고 충격적이고 불안한 경험이었으리라 여겨진다.
바로 그 당시에 다연이의 차분한 태도, 무심해보였던 표정과 행동이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속마음이 복잡했을까. 혼돈스러웠을까. 어찌할바를 몰랐을테지. 그리 생각하니 짠해진다.

미안하다, 다연아.
엄마 품은 오직 너의 것이란다.
네가 1순위야!


.
다연이가 물건들을 가르키며 달라고 하는데 도통 어떤 물건인지를 모르겠다.
"이거? 이거? 그럼 이거?
다연아, 모르겠잖니. 말을 해야 알지."

혹은 큰방으로 건너오지 못하도록 안전문을 걸어놓으면 열어달라는 시늉을 한다.
"다연아, 열어 주세요~ 라고 말을 해"

이런 상황들에서 다연이는 이렇게 외친다.

"말!"

.
.
.

그럼 엄마는 웃음을 못 감추며
물건을 집어주거나 안전문을 열어준다.
'말'을 했으니까.
.
.

전에 걸린 코감기가 4월 9일에 떨어졌으니 채 한달도 되지 않아서 또 감기에 걸린듯 하다. 오늘로 5일째.

돌을 지나고
나들이가 많아지니
아이의 작은 몸은 이래저래 힘든가보다.

경주를 2박3일 다녀오면서 하루동안 관광하고 낯선 시댁식구들에 겁 먹고 긴장한 다연이. 집에 돌아오니 콧등에 붉게 무엇이 날 정도였다.

여튼 감기는 콧물로 시작하여
가끔 기침을 하는데 침 넘김이 힘들어 보일때도 있다.

네째날 오전부터 열이 나고
밤새 40도 가까이였으며
다섯째날인 오늘까지 열은 그대로다.

밤에 물을 손에 뭍혀 뜨거운 이마와 볼에 적셔주었다. 오래해주진 못한다. 아이가 몸에 무엇이 닿는걸 느끼어 잠을 깊게 못자니까.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5시에 잠에서 깬 다연이의 몸을
물로 닦아주는 걸 해주니 다시 잠이 들었다.

열이 어여 내렸으면....
다시 나아서 동네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아픈데도 나가고 싶다는 딸내미가 안쓰럽다.

5월 긴 연휴라서 다행인것이 다연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남편과 함께 다연이를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연이가 아프면 나는 심적으로 몹시 불안해지니까...도원이 있으니 조금은 힘이 되네..

※ 주요증상
첫날만 콧물.
잠잘때 코 속 그르릉 그르릉 코고는 소리와 유사. 그러다 불편해하며 깸(숨쉬기 어려운듯)
잠잘때 침넘김이 많음
가끔 기침. 자다가 침 넘어가는게 이상했는지 1~2회 콜록.
4일째 전신 발열(38.9도).밤새 발열.
5일째 발열지속(38.4)
활동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처짐은 없음.
배변 원활. 식사 원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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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서 감기가 옮아갔을거다.
기침에서 가래소리가 들리고 콧물이 시작한듯 하다.
봄이 되어 난방을 덜 따뜻하게 하고 수면잠옷을 봄용으로 바꾸어주었더니 이불을 덮지 않는 다연이에게 목감기 증상이 보인다.
그래서 각탕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각탕은 뜨거운 물을 옆에 두고 해야해서 부담이 컸는데 다행히 아이가 버둥거리지 않아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핸드폰 동영상은 이럴때 빛을 발하는구나...능력자다.^^

아래는 각탕 시나리오.
이걸 적어놓고 머리속으로 몇번을 시행해보았는가. 자칫 사고가 날까봐서.
그 덕에 헤매지않고 착착착 진행했는 듯 싶다.

<  각탕 시나리오  >

1. 미리 준비한다.
    옷 갈아 입을 방은 따뜻하게(난로,가습기)
    갈아입힐 옷도 따뜻하게
    땀 닦을 수건도 따뜻하게

2. 물 준비
    더운 물 대야
    찬 물 대야
    물 온도를 유지찰 뜨거운 물(큰 보온병)
    머리에 놓을 찬 수건(혼은 쿨패드)
    배에 핫팩을 하면 효과가 빠르게

3. 따뜻하게 껴입고 물에 발을 담근다.
    모포로 몸과 물대야 전체를 덮어 두른다. 20분을 넘지 않는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같이 발을 담그면 좋다. 물온도 감지가 되고 안은체로 동영상을 같이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머리에 찬 수건을 대어준다.

4. 각탕 추 찬물 대야에 발을 담그어 마무리.3분 이내

5. 옷 입은체로 방으로 이동.
    옷 갈아입히면서 땀 닦아주기

6. 미온수 먹이기(미지근하게 희석한 쥬스를 먹였다)


각탕은 땀을 내는 목적이 있다.
미열시 하는 자연해열법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진이 크기 때문에 너무 자주하면 안된다.

 

다연이가 처음으로 39도가 넘는 고열로 아프다. 서울에서 내려온 다음날인 오늘, 화요 농사모임에 아이를 데려갔다. 날씨가 푸근했고 해가 화창하여 야외에서 해를 쬐며 운동장 흙을 가지고 장난했다.
집에 오는 길에 차안에서 잠들었고 집에 도착하여 오후 낮잠을 2시간 넘도록 잤다.
그런데 깨서는 엎드린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고 낑낑 거리는거다. 뭔가 이상했다. 아이의 얼굴과 손발을 포함한 온 몸이 뜨거웠다. 열을 재보니 40도에 가까왔다.
물에 쥬스를 조금 타주어 한컵을 마신 후 분유도 저녁밥도 먹지않고 또다시 잠들었다.
지금 그 곁에서 이마에 댄 물수건을 바꿔주고 있다.

어제 먼 길을 내려오면서 힘들었을텐데
야외로 데려나간 것이 화근이 된듯 하다. 게다가 점심에는 생전 안주던 주먹밥을 먹였다. 평소보다 물기가 적은 밥이 아이를 체하게 한 걸까? 엄마의 미숙함이다....

어여 나았으면 좋겠다.
고열에 축 처져있는 딸을 처음 보면서 마음이 먹먹하다.

 

 

 

 

12개월이 되어가면서 매력을 무한히 발산하다는 딸내미.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둘씩 늘고

이름과 명칭을 하나씩 기억해 가고

몸짓과 표정도 다양해지니

엄마 아빠는 매일 연신 하하호호다.

다연이와 만난 이후 최고의 황금기가 아닐런지.

다연이에게도 매일매일 행복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엄마아빠는 매일 너를 세상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다.

딸바보 부부다.

 

 

다연아 다연아.

엄마가 다연이를 위해 만든거야.

몇날 몇일이  걸렸는지, 무척 여러날이 필요했었어.

우리 딸, 네가 태어나서 1년이 되었잖아.

고맙고 기쁘고 그래. 많이 그래.

나중에 말이다, 네가 조금 더 자라서 이거 볼 것을 상상하면 무척 즐거워.

엄마가 우리 다연이 많이 사랑하니까 꼭 만들어 남겨놓고 싶었지.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함께 있는 이 시간들은 가득가득 기쁨으로 살자.

너와 아빠와 함께 모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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