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마티유 스님作]

 

 

 

" 안거 수행 첫해가 끝나갈 무렵 나는, 내 방에 숨어서 남은 2년을 보낼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와 여러 스승들로부터 배운 가르침들을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섰습니다. 나는배운 것을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후 3일 동안 내 방에 머물며 여러 방법들을 사용해 명상을 했습니다. 서서히 지금까지

  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생각과 감정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무력하고 덧없는 것인가를,

  그리고 작은 문제에 붙잡혀 있음으로써 어떻게 그것이 큰 문제가 되는가를 알아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사념과 감정들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비논리적으로 왔다가 가는가를 관찰함으로써 나는 그것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견고하거나 실재하는 것이 아님을 직접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버리자 그것들 너머에 있는 이야기의 '작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한히 넓고 무한히 열린 순수 의식이 그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의 본성이었습니다. "                                              - 밍규르 린포체

 

   책 < 티베트 린포체의 세상을 보는 지혜 -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문학의 숲 2012) > 서문에서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장을 넘겼다.

 

 여행 가방을 내려 놓을 때

 나는 어디에 이르러는가.

1.

발부리에 채어

노여움과 아픔을 주는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

 

2.

방황의 이유는 시작한 사랑

헤매는 까닭은 진실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

멀리 떠나고 있는 이유는 아름다운 순간을 보았기 때문

 

지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사랑을 알고 진실을 배우고

아름다움은 보았지만

나에게 믿음이 없는 까닭

 

-탕자의 노래-

 

3. 잠수 (p60)

사랑은 관찰이 아니다

잠수다

강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 그냥 뛰어든다

겨드랑이 사이로 물방울을 느끼며 호흡한다.

 

백수광부처럼 잡아도 돌아보지 않고

허파에 물이 차도 결코 죽은 물고기처럼 물에 떠서 떠내려가지 않는다.

떠내려가지 않는다.

강물에 어둠이 깔려도 별들처럼 물 위에 붙박일 망정 떠내려가지 않는다.

 

사랑은 잠수다.

모래속에 사랑하는 마음 속에 그냥 숨은 모래무지다.

 

 

4.

비둘기의 날개

독수리의 날개

갈매기의 비행

종달새의 날개

제비의 날개

공작의 날개

천년 학의 날개

원앙새의 깃털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피는 날개

기러기처럼 나는 법

 

 

5.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고

눈물이 무지개가 된다

는 말

 

 

6.

천인단애

돌쩌귀

 

" 이승하 시인 
  오욕칠정에서 한시도 헤어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은 늘 작가의 연구 대상이다.
  많은 시인들이 사물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지만
  이승하 시인의 관심사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길 없는 인간이 관심사라 한다"




자연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를 보고서 지은 듯 하다)

1. 한산자(寒山者)가 습득(拾得)에게
 우리 이 땅에 떨어진 한 개 돌멩이 이니
구르지 못하면 땅에 박혀 있으면 그뿐
강가의 빛나는 돌 부러워하며 살아본들
예쁜 돌 탐하는 사람에게 잡혀갈 뿐이로다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던 우리가
인간 속에서 인간의 삶을 살지 않게 되었으니
습득이, 절 부엌에서 부지깽이 잡고 있는 그대가
부처상 앞에서 목탁 두드리는 저 중보다 낫도다.

2. 습득이 한산자에게
우리 이 땅에 떨어진 한 개 풀씨이니
뿌리내리지 못하면 세상 알 수 없지요
아름드리 나무 부러워하며 쳐다본다고 한들
그 밑에서야 제대로 하늘 보며 살 수 있나요
만물이 제각기 만상의 꿈을 꾼다면
외로운 우리 모두 외톨이가 될 밖에요
한사자 님, 저는 한 명 천한 행자에 지나지 않아
님이 가신 길을 늘 뒤따르며 배울 따름입니다.

3. 한산자가 습득에게
돌멩이를 쌓아 만든 탑이나
나무를 베어 만든 집이나
반드시 무너지는 나링 올 터이니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네
허나 내가 만들지 않으면 세상에는 탑도 집도
서 있지 않을 테니 두 은자여
내 강가의 돌멩이, 나무 밑의 풀이 될지라도
살겠네, 자연을 길들이며, 자연에 길들며.




회복기에 아침에

(상략)
꽃나무가 꽃 한 송이 피워낼 때
땅강아지가 땅 한 뼘 기어갈 때
아무런 아픔이 없었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머리 센 미친 영감태기에게

미치면 뭘 못해  흰머리 산발하고
취하면 뭘 못해  새벽 강 물살에 뛰어든
저 영감태기는 내 지겨운 남편

사흘 밤낮을 마시더군 도도한 취흥
가슴에 불이 나 저 도도한 강물에다
영감태기 몸 집어던지고 싶었나
돌아버렸지 악착같이 술병은 차고서
건너긴 어떻게 저길 건넌단 말이냐

영감태기 나이 먹을 만큼 먹었고
머리도 이미 셀 만큼 세었어
백년해로는 무슨 망할 놈의 백년해로
눈썹 끝 터럭 한 개만큼이라도
날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짓

그대는 물을 건너지 마라
그대 물을 건너가다
물에 빠져 죽어버리면
이 일을 어찌할꼬
난 또 누굴 믿고 살아가란 말이냐

철딱서니 없는 영감태기 같으니라고
새벽 강 저 끝으로 그대 보낸 뒤에
내 얼마나 울었는지 말해 무엇해.



*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
   : 한산과 습득을 그린 선종화.  사찰의 벽화나 선화(禪畵)로 잘 그려져 왔다.
     우리나라에도 고창 선운사의 벽화에, 단양의 구인사 벽화에도 한산습득도가 그려져 있다.




향유香油

그녀의 사랑은 뜨겁게 타올라
하늘나라에서
별로 세공된
유리병에 담겼다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네.
머리칼을 적시고
얼굴을 덮었네.
몸 안으로
깊어지는 눈빛
황홀하게 적어들었네.
오감五感을 넘는
황홀한
죽음이었네.
깊은 골짜기까지
가라앉은 사랑
향유가 되어 죽음도
꽃잎처럼 향기롭게 피워내
햇살처럼
별빛처럼
반짝이며
열매 맺는
사랑의 경전經典 되었네.




못 자국 일기-최상철 화백에게

돌아보니
산다는 게
생나무에
못 자국 찍는 것이구나.
누가 삶을 그릴 수 있으랴
그저 하루 또 하루
생으로
점, 점을 찍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못 자국만 가득한
생나무인 것을
누가 그 형상을 말하랴
다만 하늘 아래 걸린
생나무 결에
깊고 엷게 찍힌
못 자국들 가득 안고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암자에서

세모의 하루 밤을 암자에서 지냈네.
그 밤 암자에 누워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하나하나 읽어 가니
어느새 온 산이 은회색으로 반짝거려
마치 책장을 넘기듯
밤새워 이 골짝 저 골짝 헤매면서
저마다 색깔과 모양으로 깨어나는
물상物象들이 물안개로
굽이굽이 피어올라
마침내 동트는 새벽 햇살에
푸른 악보로 떠오르는 걸 보았네.


독경讀經

산에서 만났네.
밤마다 달빛에 젖어
달처럼 환해지는
별들 내려와 총총히 박혀서
반짝이는
눈물처럼

입김처럼
축축하게

무릎 아래
수풀을 키워
두런두런 잎새들 피워 내며
독경하는
바위를
그 산에 가서 만났네.



산바람

나무야,
풀아,
흔들리며 사는 건
그대들의 몫
흔드리며 자리 잡고
푸르게 살기는
그대들의 삶
햇살 내리고
비를 내리니
뿌리를 뻗어
바위를 삭히고
흐르는 물을
햇살과 섞어
푸르게 숨쉬는 건
그대들의 지혜
간밤에도
깊은 골짜기나
우뚝한 바위에도
고루 이슬이 내려
온 산이 젖었으니
햇살 밝은
오늘은
하늘과 땅을 섞는 소리
온 산에 가득하네.


산경(山徑)

산을 오르다가 만나는 파란 풀밭에서 속삭이는 소리 따라가니
풀뿌리 적시며 하늘을 안고 박혀 있는 샘물을 만났네.
햇살을 안고 반짝이는 샘물에 어리는 내 얼굴 비로소 바로 보이고,
나무들도 와서 저마다 굵기로 뿌리를 내려 물을 마시며,
푸른 피로 힘차게 일어서서 하늘로 가지를 뻗고,
검푸른 잎으로 햇살과 바람이 함께 엮는 하늘 글자를 속삭이듯 읽고 있어,
소리를 따라 계속 오르다 보니.
비탈길에 바위들이 저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무릎 아래 풀잎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소나무 스치는 바람 소리를 아래로 전해 주고,
오리나무 붉은 속잎 돋는 소리 알려주고,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푸른피가 통하는 길을 열어 주기에,
바위타고 나무 잡고 허위허위 숨 가쁘게 오르다 보니,
수억, 수만, 수천 세월 살아온 생애를 구름처럼, 안개처름, 이슬처럼 거느리고.
우람하게 앉아서 햇살 받아 안고, 파란 하늘 이고, 머리에 투구처럼 소나무 꽂고,
영원을 사는 법을, 바람으로 설법設法하다가, 구름으로 기도祺禱하고 있네.




등산기登山記

날 부르는 소리 들려서 산을 오르다 보니, 등에 땀이 솟을 때쯤 내 손잡아 주는 부드러운 손길,
오리나무 연하고 붉은 가지 흔들며 손짓하는, 여기는 하얀 바위 얼굴이 싱긋이 웃는 애기봉,
엎드린 능선을 타고 아침 안개 걷히고 하얀 바위들 생글생글 웃고 있어 잠시 땀을 식히고,
부르는 소리따라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흰구름 몇 무더기 떠오르는 파란 하늘에서 햇살 내려와
초록빛 눈웃음 치며, 소나무 아랫도리를 감싸면서, 힘차게 뿌리는 내리는, 여기는 바위들이
스크럼을 짜고 뛰노는 형제봉, 가쁜 숨결 몰아쉬며 잠시 땀을 닦고 앉으니, 바위 사이로 굵은
소나무 뿌리가 삶의 무게로 깊숙이 뻗어, 서로 사랑하는 법을 보여 주고 있어, 우리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힘을 합쳐 능선을 타고 오르니, 참나무가 굵은 껍질을 덮고, 가는 길을 손짓해
주고 있어, 햇살 받아 검은 이끼 벗고 하얗게 웃는 바위들따라 오르다 보니, 하늘을 우러러
솟대바위를 창처럼 거느리고, 삶이란 스스로 하늘을 여는 것이라고, 모자 위에서 깃털처럼
소나무를 키우며, 독경처럼 바람 소리 거느리고, 가파르게 오르는 길, 소나무 손잡고
참나무에 의지하여 힘겹게 오르다 보니, 흰 바위가 양쪽 날개를 달고 하늘을 향한 여기가
비봉飛峰이라네, 바라보니 계곡마다 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나무사이 풀들이 짙푸르게
우거진 저 건너, 저 높은 산봉우리는 상제봉上帝峰이고, 그 뒤로 검푸른 몸체를 우람하게 드러내고,
인자하게 앉은 태모봉胎母峰도 보이네.
 
[테마시집] 

당신이 그리운 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정하 외 지음, 책만드는집



완행열차
        허영자

급행열차를 놏친 것은 잘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1        용혜원

그대를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눈빛, 해맑은 웃음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시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꼐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속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 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 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뽐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극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그대 굳이 아는 척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나니
그대 굳이 손 내밀지 않아도 좋다.
말 한 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폐사지에서의 발견 여래를 품다 |글:김윤희, 그림:배종훈 | 맑은소리 맑은나라 출판사


수희공덕

불법의 정상적인 길이란
바르게 듣고 행하며
그 이치를 참되게
설명하는데
더 큰 복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내가 아는 것을 바르게 전달할 줄 알아야
바른 불자의 길을 걷는 것이라 했습니다.
즉, 위인해설이 되어야 비로소 공덕을 회향한다 하겠습니다.   (p19)



큰마음

오직 한 곳으로 향하는 간절함,
혼탁함이 걸러진 정갈함,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자비로움이
기도 속에 녹아있습니다.

정성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일,
그것은 기도하는 마음과
같은 마음입니다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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