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공간에

햇님의 작은 선물이 발치에 놓아진다.

발바닥이 소리없이 꺄르르 거린다.

그래도 그 소리가

낮은 담 너머로 전해질까 걱정이다.

공부하는 님들의 처소로 넘어갈까 조심스럽다.

/no.148/

 

 

 

 

 

 

넘쳐나는 음식을 앞에 두었을 적에는

그 먹거리가 내 몸으로 오기까지의

시작도 그 끝도 기나긴 과정도 고마움도

기억되지 않는다.

. 작은 먹거리가 놓여 있을 적에는

큰 고마움이 절로 생기므로

누가 하라 하지 않아도

합장손으로 밥을 거두고 반찬을 거둔다.

마음은 이미 경이로움과 감사함으로 그득이다.

/no.148/

 

 

 

 

 

만트라깃발에는 바람이 읽어주는 경전이 있듯이

하늘에서 춤을 추는 연등 자락에는

사람들의 한소망 한기원이 담겨져 있나보오.

하늘이 그 소망을 덮고

바람이 그 기원을 널리 퍼뜨려 주리다.

-조계사-

 

지금 세상은 오색바다 밑.

나무는 그렇게 수초가 되어

오색물결위로 제 가지를 뻗어본다.

나는 오색바다 생물체.

숨소리도 다섯가지 소리로 낼 것만 같은.

-조계사-

 

 

 

 

낮시간의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고요한 시간이 열려지면

예쁜 자색의 꽃과

다색의 연등의

시선 맞추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이야기 하나가 만들어진다.

-길상사-

/no.151/

 

 

 

 

 

 

무엇으로 가득 담으리오

- 길상사 -

/no.151/

 

 

 

 

 

 

 

 

 

새하얀 꽃나무가 바람에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이 큰 바람에 실려서 나를 데려다 주오.

손끝을 빠져나가는 바람은 대답이 없다.

/no.150/

 

 

 

 

 

 

길에서 시작하고

길에서 끝날까.

봄날의 기억은.

/no.150/

 

 

 

 

 

 

 

 

작은 모양새가 너무 예쁘어

조금 가까이가 작은 소리로

안녕 그렇게 만남의 인사를.

수줍 수줍게 한참을 있다가

작은 목소리 들려와 응,안녕.

그저 그모습 너무나 예쁘어

조용히 미소 가득하니 인사를 받아주었지.

/no.151/

 

 

 

 

 

누구를 기다리길래

층층계 밑까지 마중나와 있누.

설레는 마음이 초록빛에 그득하구나.

/no.151/

 

 

(2007.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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