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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일정으로 서울 친정을 다녀왔다.
갔다올 적 마다 다연이는 부쩍 자라는 느낌이 든다. 친정의 넓고 여유 있는 공간을 다다다- 움직이느라 몸놀림이 크는 것일테고 무엇보다 다연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연이와 많이 놀아주면서 응대를 해주시기 때문이리라.
서울을 다녀오면 아이의 표정, 표현력이 달라지는 것은 그런 연유인듯하다.
또한 친정나들이는 나를 여유롭게한다. 가사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 다연이의 레이더망에서 엄마인 내가 희미해지기에 내 운신이 가벼워진다. 한마디로 육아천국이다.

그 좋은 시간들에 힘듦이 빠지면 안되나보다. 함양과 서울의 물리적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다연이가 장거리이동을 버거워하기에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아기때는 이동 내내 차 안에서 잠을 잤었는데 2살이 막 되자 2시간 남짓 잠을 자고 나면 나머지 이동시간에 몸을 뒤틀고 괴로워한다. 몸부림에도 한계치가 있는지 더욱 시간이 흐르면 주체할수 없는 울음을 터뜨린다. 괴로움이 극에 달으니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달래기가 어려운 울음이다.
아기가 그리 펑펑 울면 엄마 아빠는 난감한 정도가 아니라 고역스럽고 아가가 안쓰럽다. 진이 다 빠진다.
거기에 장거리 운전의 피로는 도원을 넉다운시킨다. 이번엔 식중독인지 체한 건지 무척 심히 병치레까지 해야해서 기력이 많이 상했을싶다.

서울은 좋은데,
참 멀다.


2017년이 되면서 자칭 '수용적 가난'을 실천하기로 했다. 경제활동 구조상 우리가 월 114만원을 벌기때문에 그 안에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몇개월간의 소비패턴으로 봐서는 노력을 많이 해야 가능한 목표치이다. 그러나 도전할만하고 그럴 가치가 있기에 은근히 신이 나기도 한다.
수용적 가난을 떠올리며 뽑은 카드가 지팡이의 시종였다. 나쁘지않다. 지팡이는 행동의 실천력이니 여러 시행들을 해본다는 의미일것이고 시종이니만큼 서툴것을 예견한다. 광대같은 지팡이의 시종은 현실성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있다. 잘 새겨두리라.

생활비 통장을 새로 만들었다. 한달에 지출할 만큼만 현금을 두고 이 안에서 쓰겠다는 취지다. 이렇게하면 내가 얼마나 지출하고있는지가 매번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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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2월의 보름동안 '겁나 썼다'.
이미 백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지출했다능...
스트레스가 크나?.. 자꾸 택배를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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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4


집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상림이 있다. 아내와 다연이와 상림에 나가 산책을 한다. 햇살이 빛나고 수풀은 우거져 녹음으로 가득하고 연잎과 꽃이 가득하다. 바람이 살랑이니 시원하네. 다연이가 심드렁 심심해하는 거 같지만, 다연이와 함께 상림을 산책할 수 있어 참 좋다.




다연이는 아이 케어하는데 고생스러울것이 있다고 하기 민망할만큼 잘 웃고 잘 자고 잘 먹으며 지내는 순한 6개월 아가다. 그에대한 감사함이 종종 피어오른다. 그런데 요즘 엄마인 내가 다연이를 괴롭힐 때가 있다. 허벅지를 찰싹 때린적도 있고 엉덩이를 세게 때리고 작은 팔을 이쪽저쪽으로 휘젓게 할때도 있다. 간밤 새벽에는 잠에서 깬 딸아이를 눕히고 토닥이다가 뺨에 두손가락을 구부려 툭툭 쳤다. 양쪽 뺨을 번갈아 맞은 딸아이의 표정이 굳어지고 얼어갔다. 아무래도 자신이 거칠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지금까지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과 다름을 알았으리라. 충격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는동안에 내 마음안에서 취약한 존재를 업신여김과 동류의 심리가 자리함을 알았다. 가학적인 성향이 이런식으로 발현되는것인가....
요즘들어 약한 아가를 괴롭히는 심리가 자꾸 지어오르는듯하여 내심 흠칫한 심정이다.
하여 이른 아침에 부엌 긴 의자에 앉아서 들숨날숨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아, 내 마음이 평화롭지 않고 일렁이고 있었다. 그 일렁임에 따라 과하게 애정을 표현하거나 가학적인 행동이 유발되는 것 같다. 아이의 호출에 3분 정도였지만 그 짧은 시간에 그런걸 봤다. 이러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건강한 마음이 자리하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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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라서 몇일째 비가 계속 내리는지라
오늘도 흐린 하늘에 종일 빗줄기 주루룩~.
그러나 나에겐 오늘은 맑음!
왜냐하면,
딸아이 아픈데 없고 잘 놀고 잘자고 무탈한 하루니까.
딸아이 날씨가 엄마의 날씨~.
하여 비가 온 오늘 날씨는 맑음-!


새벽에 논밭에 나가 피를 뽑고 아침엔 아기 놀이마당 개장하고 점심엔 밭에서 캔 감자먹고 저녁엔 아기 엄마와 맨날 투덜투덜.
틈틈이 세상소식 접하지만 아기엄마 왈, "3년은 무어 할 생각 마시오!"
무어 할수 있는 일 있을까 정토회 수련 다 마치지도 않고 세상 문 두드렸는데, 그거 마저 다 채우라고 우리 아기님이 오셨나보다. ​

오늘은 미약한 감기기운으로 몸이 상쾌하지 못하다. 몸때문인지는 몰라도 마음의 기운도 형편이 딱하다. 연신 힘들다 힘들다 죽는 소리를 해대는 나를 많이 본다.
남편이 가까이 있다.
끙끙 거리고 푸념이 잦은 아내를 마주하는 남편의 마음이 어떨까하고 생각해본다. 나라도 참 불편하겠고 듣기 싫을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처지는 마음을 북돋으려 애써본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게 참 어렵고 어렵다. 나는 왜 이런걸까.... 남편한테 많이 미안하다.

아이가 예쁘다. 사랑스럽다.
머리를 기대어 볼을 갖다대는 행동은 나를 살살 녹인다. 품에서 펄떡펄떡 몸트림하다가도 온몸을 기대어 쉴때는 너무 사랑스럽다. 투레질하는 표정이며 하루하루 달라지는 행동들이 신기하고 어여쁘다. 내가 저 아이를 잉태했을때 내 배속을 꼬물꼬물 헤엄쳤던 존재였음을 상기하면 지금의 이목구비를 갖춘 작은 아기로 변화한것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이것은 경이로움 아니겠는가.

그래도 나는 나이 많고 기운이 한정된 인간인지라 경이로움에 마냥 매료되지 못하니 안타깝다. 기운을 차려서 오래오래 밝은 심정으로 가족과 함께하고 싶다.


평소보다 이르게 깬 5개월 딸아이는
아침 분유를 먹으며 곯아떨어졌다. 일찍 깼기때문이리라. 잠든 아가와 아침잠을 다시 취한 남편을 뒤로하고 홀로 모닝커피.

이 한적함이 아주 짧겠으나 충만하다.

딸아이가 일찍 깬 덕에 얻은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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