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피’가 해피하지 않으니까 참으로 어색하다.
본명은 해피니스. 24살의 여자아이이고 주중에 매일 만나는 그녀는 기관에서 비서직으로 있다. 처음엔 그녀가 참 철이 없다라고 비꼬는 마음으로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천진난만하고 단순한 그녀가 단지 childlike할 뿐이라는 쪽으로 옮겨갔다.
기관에서 제일 일이 적은 비서임에도 지난 2주동안은 그녀조차 지칠정도로 일이 많은 시기였다. 다르살람으로 함께 출장을 갔다 왔으며 일요일에도 반나절 일을 했고 20페이지에 걸친 문서를 워드파일로 입력해야 했다. 아마 입사한 이래도 가장 많은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휴유증인지 몇일동안은 그녀는 별로 웃지 않았고 계속 피곤함을 호소하면서 이유모를 두통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측은했다.
종종 그녀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해서 주변의 무시를 겪기도 하고 일 잘하는 사우무로부터는 공공연히 힐난과 무안을 듣는다. 사우무의 그런 생각은 말과 행동으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사: 해피, 오늘은 스캔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보자. 내가 알려줄께.
사우무: (해피를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내가 스캔 작업을 여러번 하는 것을 옆에서 봤으면서도 그걸 못하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사: ‘(두통과 피곤함으로 엎드려 있는 해피니스를 보면서)해피가 피곤한가봐’
사우무: ‘피곤하다고? 일도 많이 안 하면서 왜 피곤하다는 거지?’
흠. 이런 식이다.
탄자니아 치고는 유독 근면성실하고 생각이 깨어있는 기관직원들과는
그 출발점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해피로써는 따라갈 수 없는 부분들인 것이다.
그런 경험은 커녕 그런 삶을 바라보지 않았을테니까.
특별한 일이 없어도 즐겁고 행복하고,
하루에 네번은 꼭꼭 약혼자와 통화를 하면서 기뻐하고
소소한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피이다.
그런 그녀가 그 누군가에게는
실없어 보이고
일을 등한시하고 전화통화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이고
생각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틀째 두통으로 고생하는 해피에게 ‘타이레놀’ 두알을 주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스캔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기소침한 그녀를 조금 고양시킬 필요가 있었다.
‘해피, 내가 그림을 하나 줄테니까 스캔하는 거 연습해 볼래?’
자기의 두통증상에 내가 관심을 보인 것에 마음이 동했는지
스캐너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기억나는 데까지 해보라면서 그녀를 독려하고
‘자, 그 다음에 뭘 하면 좋을까? 힌트를 줄께! ’ 라는 식으로 <정답찾아내기>
방식으로 이어나가니까 곧잘 따라와 주었다. 한번의 성공.
‘해피, 이렇게 스캔을 할 줄 아면 좋은 게 있지.
얼마전에 네가 예쁜 옷 입고 찍은 근사한 사진 있지?
그걸 스캔해서 이처럼 컴퓨터 파일로 저장하면
친구한테 이메일을 보낼 수 있어!’
눈이 반짝반짝 해진 천진난만한 해피.
가방에서 부랴부랴 사진을 찾아본다.
해피: ‘여깄다. 호호호. 찾았다, 찾았어. 좋아, 이걸 스캔해 볼께.’
아프다던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하하..
사진을 스캔하고나서 좋아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진짜 이쁘다고 해주니까
어쩔줄을 몰라한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확실한 동기유발 하나를 더 던져주었다.
‘이 사진을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 수도 있어. 하는 법 알지?’
‘아니. 몰라. 정말? 바탕화면에 넣는단 말야? 가르쳐 줘!’
‘(회심의 미소를 짓는 사사..) 음, 좋아. 근데 지금 내가 나가봐야 하니까..
월요일. 월요일 어때? 하루에 하나씩 배워가자. ’
‘좋아! 월요일. 호호호’
그녀는 그저 childlike 할 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이 바쁘게 돌아가는 근무지에서
관심 받고 싶고 배려 받고 싶은 존재인 거다.
요즘처럼 아프다고는 하지만 마음써주는 사람도 없고
‘pole(안됐다~)’ 라 해주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