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여성용품제를 제조하는 연구소의 의뢰로

몇가지 스케치 해봤던 그림들.

 

 

 

 

     황량한 산골 마을였을 것이다.

     골짜기를 구비구비 들어갔어도

     보이는 것은 주황빛 마른 대지뿐였으니까.

     마을마다 건조한 흙바람이 일었다.

 

     척박한 동네의 한 소년이

     이른 아침부터 땅을 파고 파서

     돌맹이들을 캐고 있었다.

     익숙한 몸짓, 생기 없는 입가.

 

     그 옆을 지나가야하는데

     정말 싫었다.

     이유없이 미안하고 미안해서.

     한갓지게 마을 둘러보기나 하는 스스로가

     곡괭이 자루를 꼭 움켜진 검붉은 손 아래서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이를 악 물어.

 

     소년은 살아 남기 위해서

     나는 달아나는 마음을 놓쳐버릴까봐.

 

   

 

 

     낡은 옷을 슬쩍 피부처럼 걸친

     소년의 자세가 묘했다.

     어른의 깊어진 웅덩이를

     어린 소년의 어깨에서 느꼈기 때문일거다.

 

     척박한 땅에 태어난 저 소년도

     수많은 생애 중에

     한번 쯤은 날아보지 않았을까.

     성혼의 땅과 하늘을.

 

     새가 되어

 

 

 

커다란 눈망울에 내가 담기고

커다란 눈망울에 세상이 담긴다.

 

.

 

 

 

한달 전부터 일다(www.ildaro.com)에
그림 연재를 시작하였다.
여울의 지극한 권유로.

사람들에게 '나의 그림이요'라 하기엔
공들임이 날치기인 것들이니
사양을 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유로운 기대치라는 카드를 받고서
그래, 해보지 뭐. 굳이 안되어야 하는 건 또 뭐겠니.
라며 10일 간격으로 옛 그림들을 싣기로 하였다.

'마음에 점 찍기' 의 의미가 담긴
<사사의 점심>.

출발은 2009년부터 2년간 탄자니아에서 그렸던
여섯 일곱 점의 낙서들이다.

.

 

 

예쁜 아이들을 모아 놓으면 참 어여쁘겠지?

 

   몇개는 브로찌로 사용하고 있다.

   단색 옷에 달아도 좋고 가방에 달아도 좋다.

   하나하나 모두 이어가면 창가나 문머리에 드리우는 발이 될 수도 있다.

   가끔 몇개씩 이어가고 있다. 발 하나가 완성되면 좋겠다.

 

 

[그림도구:갤럭시노트1]

 

별을 술 한잔에 담고

이국 연주가가 들려주는 음율을 따라 가보니 이국의 큰 산을 만납니다.

아름다운 하늘을 지닌 산에 마음이 물든 어느 남자가 서 있습니다.

어쩌면 이전 생 어느 때인가 그 큰 산 어느 뫼쯤에 태어나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달을 술 한잔에 담는 동안

마음이 걸어 갖다가 걸어 들어 옵니다.

오늘은 또 어느 뫼 쯤 이르렀다 왔을까요.

 

가을 밤이 점점 그를 따라 깊어 갑니다.

 

     백양산도 가을을 준비하느라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바다 건너 오신 외국 행자님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일도 하고 쉬기도 하고

     예불 때마다 타종도 하고 공양간 일도 돕다가 짬이 나면

     다섯 행자님 모두가 배드민턴 프로급 수준을 뽐내며

     경내에서 운동을 합니다.

    

     스님 하다가 먼 나라 와서 행자가 되어

     어디 눈물이 없겠습니까마는

     하루종일 소년 처럼 밝고 겸손해 하는 모습이 예쁩니다.

     스무살 소년들 처럼 맑아 보여요.

 

     백암산 아래 사람들이 삽니다.

 

                                                  글/사사 , 그림/민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