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산골 마을였을 것이다.

     골짜기를 구비구비 들어갔어도

     보이는 것은 주황빛 마른 대지뿐였으니까.

     마을마다 건조한 흙바람이 일었다.

 

     척박한 동네의 한 소년이

     이른 아침부터 땅을 파고 파서

     돌맹이들을 캐고 있었다.

     익숙한 몸짓, 생기 없는 입가.

 

     그 옆을 지나가야하는데

     정말 싫었다.

     이유없이 미안하고 미안해서.

     한갓지게 마을 둘러보기나 하는 스스로가

     곡괭이 자루를 꼭 움켜진 검붉은 손 아래서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이를 악 물어.

 

     소년은 살아 남기 위해서

     나는 달아나는 마음을 놓쳐버릴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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