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걸린 코감기가 4월 9일에 떨어졌으니 채 한달도 되지 않아서 또 감기에 걸린듯 하다. 오늘로 5일째.

돌을 지나고
나들이가 많아지니
아이의 작은 몸은 이래저래 힘든가보다.

경주를 2박3일 다녀오면서 하루동안 관광하고 낯선 시댁식구들에 겁 먹고 긴장한 다연이. 집에 돌아오니 콧등에 붉게 무엇이 날 정도였다.

여튼 감기는 콧물로 시작하여
가끔 기침을 하는데 침 넘김이 힘들어 보일때도 있다.

네째날 오전부터 열이 나고
밤새 40도 가까이였으며
다섯째날인 오늘까지 열은 그대로다.

밤에 물을 손에 뭍혀 뜨거운 이마와 볼에 적셔주었다. 오래해주진 못한다. 아이가 몸에 무엇이 닿는걸 느끼어 잠을 깊게 못자니까.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5시에 잠에서 깬 다연이의 몸을
물로 닦아주는 걸 해주니 다시 잠이 들었다.

열이 어여 내렸으면....
다시 나아서 동네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아픈데도 나가고 싶다는 딸내미가 안쓰럽다.

5월 긴 연휴라서 다행인것이 다연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남편과 함께 다연이를 케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연이가 아프면 나는 심적으로 몹시 불안해지니까...도원이 있으니 조금은 힘이 되네..

※ 주요증상
첫날만 콧물.
잠잘때 코 속 그르릉 그르릉 코고는 소리와 유사. 그러다 불편해하며 깸(숨쉬기 어려운듯)
잠잘때 침넘김이 많음
가끔 기침. 자다가 침 넘어가는게 이상했는지 1~2회 콜록.
4일째 전신 발열(38.9도).밤새 발열.
5일째 발열지속(38.4)
활동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처짐은 없음.
배변 원활. 식사 원활.




-.
다연이의 코감기는 12일째 지속되고 있고 확신할 만한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역시나 잠을 잘때가 문제가 된다. 코가 막히면 잠을 잘 잘 수 없으니까. 신기하게도 예전 때와는 다르게 숨 길을 아이 스스로 찾는다. 잠들었다가도 코가 막히면 일어나 앉아 꺼이꺼이 울었던 아이가 '히힝-' 징징 한번 하고서는 몸을 뒤척이며 숨이 나아질때를 찾아 내는 것이 놀랍다. 가르쳐줄 수 없는 부분인데 스스로 터득하였나보다. 그만큼 또 아이가 컸다는 의미라서 신통하다.

-.
도원이 유상균샘네 창고를 지었다. 일을 마치고 축하해 주었는데 다음날 내린 비가 알려주었다. 창고에 물이 샌다는 것을....
도원이 몹시 의기소침 해지고 심정이 복잡해졌다. 나는 그런 그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굳은 소리만 계속 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가 겪은 심정에 왜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어느새 구박하고 폄하하는 언행이 습이 되버린 걸까.


-.
초등학생들이 나의 정체를 의심한다.
나는 명예를 회복하기위해 10년도 넘은 자료들을 뒤졌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봤다고!'
10살짜리 사람이 자기들보다 30년이나 오래 산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 잘 한다.

.

.

인생의 길목에 라훌라로 만난 네가

매일 웃으며 따뜻하게 나를 안아준다

뻣뻣한 의식의 손가락 맨끝까지 퍼져가는 온기가

너의 심장 속 에너지이고 생명의 근원인가 보다

나의 사랑하는 보물아,

너는 한번도 라훌라의 이름을 지니지 않았다

다만 내가 그렇게 불렀을 뿐 너는 한번도 라훌라였던 적이 없단다

계절들이 한번씩 돌고 돌아 다시 그 자리에 머문 지금

이 어미는 그것을 깨달았으니 이 봄은 찬란하디 찬란할 것이다

 

 

.

2주 전에 내 또래의 아줌마 세 명이 '계십니까'라며 마당을 질러 현관문을 열었다.

설문조사를 하고 싶다며 핸드폰을 내밀었는데 보아하니 교회 전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안한다고, 다른 집 가보라며 보냈으면 그 다음 이야기가 없었을텐데

상냥하게 설문답을 해주는 바람에 그 이후로 두 번 우리집을 찾아왔다.

"그 사람들, 자꾸 올 거 같아. 고민되네."

라고 남편에게 말 했더니,

"그래? 어쨌든 그 사람들이 포기하거나 당신이 전도되거나 하겠네. 하하하"

 

 

그러네?!

복잡할 결론이 날 일이 아니었네?!

깔끔한 정리에 고민이 고민이 아니게 되었다.

 

 

p.s 아줌마 3인방은 거창에 소재한 교회에서 나왔고

     '하느님 어머님'이라는 종교관을 표방하고 있다.

 

.

[지글스] 2017 봄호 수록

다연이의 인생관찰록 06화

직립보행

 

.
내게서 감기가 옮아갔을거다.
기침에서 가래소리가 들리고 콧물이 시작한듯 하다.
봄이 되어 난방을 덜 따뜻하게 하고 수면잠옷을 봄용으로 바꾸어주었더니 이불을 덮지 않는 다연이에게 목감기 증상이 보인다.
그래서 각탕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각탕은 뜨거운 물을 옆에 두고 해야해서 부담이 컸는데 다행히 아이가 버둥거리지 않아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핸드폰 동영상은 이럴때 빛을 발하는구나...능력자다.^^

아래는 각탕 시나리오.
이걸 적어놓고 머리속으로 몇번을 시행해보았는가. 자칫 사고가 날까봐서.
그 덕에 헤매지않고 착착착 진행했는 듯 싶다.

<  각탕 시나리오  >

1. 미리 준비한다.
    옷 갈아 입을 방은 따뜻하게(난로,가습기)
    갈아입힐 옷도 따뜻하게
    땀 닦을 수건도 따뜻하게

2. 물 준비
    더운 물 대야
    찬 물 대야
    물 온도를 유지찰 뜨거운 물(큰 보온병)
    머리에 놓을 찬 수건(혼은 쿨패드)
    배에 핫팩을 하면 효과가 빠르게

3. 따뜻하게 껴입고 물에 발을 담근다.
    모포로 몸과 물대야 전체를 덮어 두른다. 20분을 넘지 않는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같이 발을 담그면 좋다. 물온도 감지가 되고 안은체로 동영상을 같이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머리에 찬 수건을 대어준다.

4. 각탕 추 찬물 대야에 발을 담그어 마무리.3분 이내

5. 옷 입은체로 방으로 이동.
    옷 갈아입히면서 땀 닦아주기

6. 미온수 먹이기(미지근하게 희석한 쥬스를 먹였다)


각탕은 땀을 내는 목적이 있다.
미열시 하는 자연해열법이기도 하다.
에너지 소진이 크기 때문에 너무 자주하면 안된다.

 

다연이가 처음으로 39도가 넘는 고열로 아프다. 서울에서 내려온 다음날인 오늘, 화요 농사모임에 아이를 데려갔다. 날씨가 푸근했고 해가 화창하여 야외에서 해를 쬐며 운동장 흙을 가지고 장난했다.
집에 오는 길에 차안에서 잠들었고 집에 도착하여 오후 낮잠을 2시간 넘도록 잤다.
그런데 깨서는 엎드린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고 낑낑 거리는거다. 뭔가 이상했다. 아이의 얼굴과 손발을 포함한 온 몸이 뜨거웠다. 열을 재보니 40도에 가까왔다.
물에 쥬스를 조금 타주어 한컵을 마신 후 분유도 저녁밥도 먹지않고 또다시 잠들었다.
지금 그 곁에서 이마에 댄 물수건을 바꿔주고 있다.

어제 먼 길을 내려오면서 힘들었을텐데
야외로 데려나간 것이 화근이 된듯 하다. 게다가 점심에는 생전 안주던 주먹밥을 먹였다. 평소보다 물기가 적은 밥이 아이를 체하게 한 걸까? 엄마의 미숙함이다....

어여 나았으면 좋겠다.
고열에 축 처져있는 딸을 처음 보면서 마음이 먹먹하다.

.
3박4일 일정으로 서울 친정을 다녀왔다.
갔다올 적 마다 다연이는 부쩍 자라는 느낌이 든다. 친정의 넓고 여유 있는 공간을 다다다- 움직이느라 몸놀림이 크는 것일테고 무엇보다 다연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연이와 많이 놀아주면서 응대를 해주시기 때문이리라.
서울을 다녀오면 아이의 표정, 표현력이 달라지는 것은 그런 연유인듯하다.
또한 친정나들이는 나를 여유롭게한다. 가사노동에서 자유로워지고 다연이의 레이더망에서 엄마인 내가 희미해지기에 내 운신이 가벼워진다. 한마디로 육아천국이다.

그 좋은 시간들에 힘듦이 빠지면 안되나보다. 함양과 서울의 물리적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다연이가 장거리이동을 버거워하기에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아기때는 이동 내내 차 안에서 잠을 잤었는데 2살이 막 되자 2시간 남짓 잠을 자고 나면 나머지 이동시간에 몸을 뒤틀고 괴로워한다. 몸부림에도 한계치가 있는지 더욱 시간이 흐르면 주체할수 없는 울음을 터뜨린다. 괴로움이 극에 달으니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달래기가 어려운 울음이다.
아기가 그리 펑펑 울면 엄마 아빠는 난감한 정도가 아니라 고역스럽고 아가가 안쓰럽다. 진이 다 빠진다.
거기에 장거리 운전의 피로는 도원을 넉다운시킨다. 이번엔 식중독인지 체한 건지 무척 심히 병치레까지 해야해서 기력이 많이 상했을싶다.

서울은 좋은데,
참 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