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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렁그렁거리는 코, 칵칵- 기침이 4일째다. 설마 감기겠어 했는데 결국 감기다. 오늘은 코가 막혀 낮잠자기를 괴로워 하길래 코속을 보니 코가 그득이다. 숨쉬기가 어려웠던거다. 면봉으로 빼주고 안아서 재우니 잠든다.
몇일전 땀띠류가 났길래 밤에 시원하게 재운다고 나시티를 입혀재우면서 이불도 시원찮게 덮어준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당시 새벽공기가 차가웠으니까.
다연 인생 첫감기다. 이것을 걱정근심으로 껴안으면 내가 우울해지고 그것이 다연이 쾌유에 도움이 될리 없겠지. 다연이의 면역체계가 가동하여 더 튼튼해지리라 믿어보자.

이유식 5일째. 싫어라 한다.ㅎㅎㅎ
분유도 곧잘 남긴다. 감기때문이려니 하고 위에 너무 부담주지 않도록 적절히 스탑시키려한다. 컨디션 좋아지면 이유식 먹는것도 진전이 있겠지. 언젠간 먹겠지. 이또한 전전긍긍할거 없으니. 이제사 시작인걸. 적응이 오래 걸리는 타입이겠지.

소식 하나.
지훈,주희네가 부모가 될거란다.
8주차라고 하여 따져보니 다연이랑 딱 12개월 차이가 날거같다.
야호! 다연이에게 또래가 생기누나.
야호! 내겐 또래엄마동료가 생기누나.

축하해줘야짚

<지글스 2016 여름호 수록, 다연이 만5개월이 되어갈 즈음>

 

 <지글스 2016 봄호 수록편>

 

다연이가 만5개월을 꽉 채울 무렵은 엄마인 내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으리.
아기의 생활리듬의 변화와 몸의 변화에 마음을 졸였고 정신이 없었다. 심리적인 피로가 많이 쌓인 때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씩 돌출구를 찾아가고 있어서 서서히 마음을 가벼이 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다연 아빠가 안밖으로 많은 지지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다연아빠와 가볍게+많이 툭탁거린다.
이쁘다가도 무척 못생겨 보이고 그러다가도 고맙고 그러나 즉시 얄미워지니 무슨 조화이련가.ㅎㅎㅎㅎ.

 


140일 즈음, BCG접종 부위가 작게 곪더니 저렇게 커졌다. 접종 이후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무심히 여겨
목욕을 시키며 곪는 부위에 가제손수건으로 쓸어내렸었다. 이상해서 알아보니 접종 증후가 아니라 2차 감염으로
인한 것 같다라 한다. 이런!!!!! 무식한 엄마때문에 엄청 큰 상처가 진행된거다!
(147일 지금은 다행히도 아물어 가고 있다.
가급적 목욕시 물이 닿지 않게 하고, 약한 항생제 연고를 하루 1~2회 발랐다)

다연이는 주방 옆문을 통해 보여지는 풍경을 좋아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감나무 잎들을 좋아하고
바람 소리, 담장 너머 소리를 좋아하고
흔들리는 그림자와 너울거리는 햇빛을 좋아한다.
엎드리거나 누워서 한동안 꼼짝을 하지 않고 응시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신비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아가야, 너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 거니?


그냥 마냥 이쁘~다.


엄마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멀리 있는 엄마들의 모임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 첫날, 너의 또래를 만났다.
너의 또래, 기어 다닐 수 없는 4,5,6개월 아기들 말이다. ^^
거기서 아기를 돌보는데 필요한 공부도 하고
베테랑 맘들의 육아이야기를 경청하며
힐링을 하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너를 '어부바'하고 일을 하곤 한다.
어쩔땐 엄마 등에서 스르륵 잠들기도 하지.
그럴땐 정말 떙큐~란다. ^^

너의 머리를 잘랐다!
이틀에 걸쳐 잘라야 했단다. 작은 아가인 너의 머리를 자르는데 어른 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교훈을 얻었어. '머리는 미용실에!'
첫날 앞쪽 머리를 9mm길이로 밀었지.
다음날 뒤쪽 머리를 미는데 무척 짧은 거야. 바리깡을 들고 있는 네 아빠에게 소리쳤어.
지금 몇 미리야?왜 이래?(왜 이렇게 짧아?머리속이 훤히 다 보여!)
3mm라고 당당히 말하는 네 아빠를 '꼼꼼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핀잔주고 싶었단다.
아빠는 의도적으로 조금 더 짧게 하고자 했던거래. 그런데 말이다. 앞머리를 6mm로 잘랐다고 착각을 한거야.
꼼꼼하지 못한 것은 맞는 거 같다. 그치만 너의 헤어스타일은 굉장히 멋지게 되었단다.
아빠의 큰실수가! 행운이 된 순간이었지.



아빠 머리랑 비슷한가?

 



아빠 발베개도 할 줄 아네?!

 



너를 데리고 처음 빙수카페를 왔어!
내내 어리둥절한 얼굴로 얌전하게 계속 앉아 주어서
엄마와 아빠는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단다.
아마 다음부터 너는 버둥거리며 징징 거릴 거 같아.
그래도 사랑한다, 딸아.



왜 이렇게 이쁘니!!

 



아빠가 네 옆에 꼭 붙어 있누나~

 

저마다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꿈꾸면서도 분노하기보다 사랑하기는 얼마나 더 힘든가.(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정말로 꿈꾸는걸까?)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분노도 사랑도 내가 하는게 아니다. 즉, 내가 화를 내고 내가 사랑하는게 아니라는거지.

화내기 싫은데 나도 모르게 버럭 화가 '나고', 어느 순간 저절로 사랑의 마음이 생겨'나지'.

보통 말하는 내 생각, 내 의지, 내 의식 이면에 더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라는 거. 그것이 '나'라는 필터를 거쳐 표출되는 거 같다.

그렇다면 뭔가 새로운 혹은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단순하게 나는 이러저러한 사람이 되고싶어 를 넘어 '나'라는 것, '내생각' 이라는 것, '내가 안다'는 것, '내가 옳다'는 것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다시 요구되는거 같다. 즉 다시 철학하기가 요청된다는 거.

생각은 자유와 평등과 평화와 다양성과 생태와 뭐 암튼 좋은건 다 섭렵했으면서도 정작 스스로는 부자유와 불평등한 의식과 자기를 고집하고 반생태적며 각자도생을 현실이라 살아가는 '내'가 바끼지 않고 그런 삶이 어떻게 나올수 있을까.

더 깊이깊이 들여다봐야 할 일이지만, 그것도 구체적이고 일상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변화이지 멀리서 찾을 일은 아니겠다싶다.

작년에 경주 황성동 상가건축을 맡아서 지었는데, 오랜만에 가서 보니 1,2,3층 모두 입주가 완료되었다.
건물에 사람들 소리가 북적이니 왠지 기분이 좋다.
하자 몇군데 보수하고, 막창집 현관 앞에 데크하나놓고, 작은 경계담장 하나 만들어주고 돌아왔다.
내가 모든걸 맡아서 해보는건 처음이라 공부가 많이 되었던 현장. 지나가보니 참 아쉬운 것들이 많다. 과제로 삼아 가자.
이제 건축(시공)의 길로 집중을 해야할 시간인거 같다. ​

아빠는 불안하다
우리 셋 도원&민화&우주 | 2016.06.08 | 일상 이야기 | 공개
경주에 하자보수작업하러 와 있다. 함양집을 나서기 전, 이미 마음은 무겁다.
아내는 지쳐있고, 다연이는 엄마아빠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갓난쟁이.

집에 있으면 가사일이나 육아를 도울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고 물론 몸도 편하다. 아내가 에너지를 회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않을까싶고.

사회가 돌아가는 소식을 짬짬히 살펴본다. 뭔가 심각한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음을 직감한다. 허물어져내린다고 할까.

다연이가 살아갈 사회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있다. 정치 경제 관료 교육 문화 치안 노조 등등등 총체적으로 막혀있다. 가진사람들, 배운사람들, 똑똑한 사람들, 권력있는 사람들, 뭐라도 있는 사람들이 각 분야의 절정에 똬리를 틀고 먹고 해먹고 또 해먹고.

북한에는 1명에 의해 세습되지만 남한에서는 100명정도에 의해 세습되는 사회라는 말에 공감한다.

구의역에서 한 아이가 죽어갔다. 눈물이 난다. 왠지 모르겠다. 아마, 이 아이의 죽음이 끝이 아닐거라는 직감과 헤어날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운명애때문일까.

내 생애 두번째로 먹고사는 일에 대해 불안해하고 갑갑해한다. 사실, 첫번째라고해도 맞을게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나.

깊이깊이, 첫마음을 돌아본다. 천천히천천히 가는길을 살펴본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죽어있고싶지 않다. 다만, 자유롭고자 또 해보고 또 해보고 안되면 또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또 해보는 마음으로 그래 그만하면 애썼다 그만 편히 가시게. 그렇게 스스로 다독여주면서 멀리 영원을 향해 떠날게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다연이가 생겼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새 생명을 얻었는데 왜 나는 더 충만되고, 더 평화롭고 더 자유로움을 향해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주춤하고 있을까.

어쩌면 무너져내리는 사회에 대한 불안보다 이런 내 상태가 더 충격적이고 불안하다.

왜냐하면 무너져내리는 사회에서 새로운 싹은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생명과 그 생명을 지키기위해 올곧이 나를 던지는 것에서 틔워질 것이기 때문에.

오롯이 던져지지 않은 아빠는 오늘도 눈물이 난다.

'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수차례 듣다보니 슬슬 귀에 딱지가 앉을거 같다. 엄마가 행복해야한다고 강요당하고 사는 것같은 기분도 생긴다. 그러면 더 안행복해진다.--;

다연이가 4개월을 10일쯤 넘길 무렵부터 쌓였던 스트레스가 육아우울증으로 터졌다. 많이 힘들던 중에 아이가 내 기분에 영향을 받는것이 느껴져 흠칫했다. 마냥 우울해하기만 할수 없는 노릇이라, 그동안 나를 내려누르고 있던 근심의 내용들을 하나씩 다시 살핀다. 정말 그렇게 무거운 실재가 아니라면 덜어내고 내려놓아서 가벼이 하여야 마음의 어둠도 옅어지지 않을까. 가볍고 밝은 마음으로 지내야 무얼 하든 힘이 덜 들겠지.

다연이와 시선을 마주하고 지그시 눈동자를 맞추고 있을때였다. 아기의 맑은 눈동자는 하염없이 엄마와 아빠를 신뢰하고 의지한다고 말하는 듯 했다. 비록 엄마가 우울해하시고 행복하시지 않아서 저를 무겁게 대하시더라도 나는 엄마뿐입니다, 라고 말하는듯했다.
내 상태가 어떻든 나를 의지하여 사는 작은 아기구나,넌.
내게 무한히 의존하는 작은 인간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건 바보같았다. 나의 우울함이 아기에게 불안함을 주고 있어,내가 그러고 있어!
물러나 침체만 될수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니까.
엄마는 우울하지만, 그건 가끔 그럴께. 그리고 섣불리 그걸 꺼내지 않을께.
아주 힘들때만 그럴께.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지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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