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청산 가네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서 나는 섰네

내 맘에 한번 핀 꽃은
생전에 지지 않는 줄을
내 어찌 몰랐을까
우수수수 내 발등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사랑에서 돌아선
내 눈물인 줄만 알았지
그대 눈물인 줄은
내 어찌 몰랐을까
날 저무는 강물에 훨훨 날아드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저 산을 날아가는 나비인 줄을
나는 왜 몰랐을까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서 있네



" 우리가 선택하는 방향은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 와서

  인생의 매 순간순간에 일으키게 되는 의도에 반영된다  "

천천히 돌아가세요.
가르치는 사람들이 먼저 배우는게 필요해요.
가르침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다르고
삶을 사는 것과 그 삶을 가르치는 것은 다르지요.
아는것과 가르치는 것이 다릅니다.

가끔은 성과가 보이는 것도 필요해요.

- 실상사에서 원묵스님과의 차담 중에 -



늙어가면서 하늘과 대화를 나누며
어린이의 세계로 귀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날더라 마지막 소원을 말하라면
"도인이 되어 선(禪)의 삼매경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
입니다.

- 화백 古 운보 김기창의 어록중에서 -

[행복]
태어나 행복했던 일은
어느 날 당신 만나
당신의 이름을 남몰래 부르는 일이었습니다.
늘 어둡던 내 마음의 산과 강이
빛으로 밝아지는 걸 바라보는 일이었스빈다.
오월의 운문사 주변 감나무 잎사귀들처럼
내 마음의 근심들이 기쁨으로 바뀌어
당신을 향해 반짝이는 걸 바라보는 일이었습니다
태어나 가장 행복했던 일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행복해 하는 나를
눈물로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연가戀歌]
1
그대와 내가 마주보고
그대가 나의 누구인가를 묻고 있을 때
그대는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네.
겨울의 눈 엎인 들에 서건
별이 숨은 어두운 강에 서건
스스로 가득하며 따뜻했던 우리
우리가 거주할 정원의 나무
목련과 라일락 곁에서
정오가 던지는 은빛 그물 안에서
서로의 모습을 정립하려 했을 때
우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네.
빛과 모습 시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장식하며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입맞춤 속에 녹아 있는 모든 것은 무너지고 있었네.

2
잠길에도
잠의 끝에 이르기 전에
우리가 걷는 길은 끊어져 있었어.
바람이 뜨락을 채우는 자정
뜨락을 지키는 소롯한 나무
혼자서 키가 크는 나무 위에
그대가 기르는 새는
날아오지 않았어.
잠길에도
그대 사는 숲의 하늘을 알 길 없고
그림자만 긴 나무
낮과 밤이 엇바뀌는 끄트머리쯤
외가닥 바람으로 떠돌아도
그리움의 아슬한 끝은
잡히지 않았어.
풀잎에 맺히는 한 방울 이슬
이슬에 비치는
그대 사는 숲의 쟁쟁한 새소리
다가서면, 무수한 빛의 입자로
허공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어.
바람이 홀로 깨어 있는 뜨락
어둠에 싸여
나무는 그림자가 길었어.

3
그대와 나의 가슴을 뚫고
어둠의 알맹이가 종처럼 울린다.
바람이 흐르며 쌓이는 곳곳에
그대의 목소리가 흩어지고
앞뒤에서 문이 닫힌다.
그대가 밟고 간
어두운 들의 한쪽 끝
광주리의 햇살을 내려놓으며
건네주던 환한 아침을
가슴에 품어온 거울에 금이 간다.
그대의 얼굴이 흩어져 날고
내가 밟는 어둠
무겁고 예리한 어둠이 살을 부신다.
그대와 나의 분별의 창에 피는
살의 파편
저울눈 위, 누금을 부수는 그대
야윈 눈빛을 남겨놓고
자신의 모습을 하나 하나 무너뜨린다.
어둠 속에 그대의 모습이 홀로 남아
어둠을 이고 일어나고 있다.




[외로움]
산의 능선과 능선 사이
구름으로 채워진 그곳
나를 두고 떠난 이름들이
내가 두고 떠난 이름들이
끝없이 흘러갑니다.
저승에도 달이 뜰까요.
꽃송이 송이 향기를 맡으며
걸어갑니다.
그림자 하나 나를 따라
아득히 걸어갑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느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그들은 왕에게 반지 하나를 바쳤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지나 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한동안 마음에서 떠나있었던 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기쁘고 좋을 땐 이 말이 멀리있으면 안되는데 꼭 그렇게 되곤 한다.
 내 삶의 귀중한 귀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 시는 중간에 약간의 내용이 더 있고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게 가슴에 담은 내용으로 문장을 고쳐써 본 것이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무엇이 되느냐

무슨 일을 하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통해서든, 다른 어떤 것을 통해서든
자신이 무엇이 되어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세계 평화 운동을 하면서 독선적이고 옹졸해지면
그 사람은 독선적이고 옹졸한 사람이 되는 거다.
예술 활동을 하면서 외롭게 우울해지면
그 사람은 외롭고 우울한 사람이 되는 거다.

딱히 일이라 말할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자유롭고 행복해지면 그 사람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거다.
그냥, 그런 거다.

                                    <먼지의 여행> 중에서


언제적에 읽었던 문구였을까,
묵혀두었던 파일책을 꺼내보니 이런 메모가 끼어 있었다.
탄자니아에서 읽은 책인 듯 싶은데 기억에 없다.
그 옛날, 어떤 느낌과 울림으로 이 문구를 이렇게 새기어 남기었던 것일까.

근육통이 따라오는 몸살감기는 세포 하나하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아픔이 크다.
그런데 마음도 아픈 것 같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는 사막유목민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유목민의 아이가 청년이 되어 세운 그 학교에는 학교찬가가 있습니다.
학교교가와 같은 것이지요.

노래의 가사들이 아름답습니다.
학교와 투아레그족, 자신들의 종족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이처럼 가슴 시릴 수 있겠지요.
가슴 울리는 노래를 부를 만큼 살아있는 학교일테지요.
찬가의 음율까지 들어본다면 사막위 하늘 속에 총총히 박힌
별들의 그것처럼  예쁘겠지요.



[생텍쥐페리 사막학교 찬가]
    - 이브라힘 교장과 사막학교 아이들 지음 -

사랑하는 가족, 가축들, 사랑하는 어머니의 품을 떠나서
우리는 지식을 찾아 나셨죠. 우리는 지식을 얻어서
우리의 땅, 넓디넓은 그곳으로 돌아갈 거예요.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우리의 땅에 남을 수도 있어요.
우리는 교육을 받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공동체, 여러 나라들 틈에서도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뭉치죠.
그 무엇도 더 이상 우리를 유린할 수 없고,
우리에게 굴욕을 안길 수 없어요.
사랑의 편지들이 쓰일 테니까요.
시들이 춤출 테니까요.
길들이 뻗어 나갈 테니까요.
그리고 묻혀 있던 우리의 역사가 떠오를 테니까요.


              - 사막학교 아이들(무사 앗사리드,이브라힘 앗사리드 지음. 고즈윈출판사 2010)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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