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씨를 시인으로서  좋아한다.
 그의 언어와 그 언어까지 다다르는 그의 의식흐름을
 읆조릴 때면 가슴이 소리를 내니까.
 띠엄띠엄 읽어 내려갔던 시들을
정리해서 총.체.적.으로 읽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문득 해 본다.

 1954년 충북에서 태어나셨다. 국어교육을 공부했고.

 시집- 고두미마을에서, 접시꽃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의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는 나뭇잎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과,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

 동화- 바다유리


 등등.

 인디고 서원의 흔적은 참으로 강하다.

  주제와 변주1,2 는 시선을 하늘에 두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읽으시라 해도 좋은 책.

  그 안에는 음악이 있다.
  다음은 그 음율의 흔적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우화의 강1. 마종기]

 

             

 

 

[사랑노래 넷]

오늘 나는 스스로도 주체 못하는 내 불안한 삶에

나름대로 불안한 그대의 존재를 삽입시키려고 하나

삽입시키기 훨씬 이전 그대는 좀더 큰 사랑으로

내 여린 품속을 파고들어와, 헤비집고 들어선다

드릴 것은 온갖 하찮은 눈물덩어리 그 위에

피묻은 노동 한 점뿐

그러나 그대는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괜찮다 하고

다만 그대가 돌아간 어두운 정거장 내가 홀로 서서

홀로인 것과 설움과 그대가 휩싸여 사라진 어둠 그리고

그대의 몸조심에 대한 나의 터무니 없는 불행을 못 참고

서있는 나에게 그대는 왜 나의 그 좁디좁은 불안의 근성

그 구석자리나마 그대가 들어설 자리를 마련해 놓지 않으셨냐고 한다

겉으론 나 하나의 사랑만 갈구한 듯 보이는 그대의 소극적인 소망이

왜 모두에의 사랑을 추구한다는 나의 싸움의 개념보다

더 처절해 보이는가?

더 커 보이는가?

그대가 돌아간 밤은 여전히 더 커 보이고 더 오래돼 보이고

나도 자부할 것은 기실 그대를 열심히 사랑했었다는 것

나는 기실 아무것도 믿음도 의심도 완성시키지는 못했나보다

아니면 그대는 단지 내 여린 품 속의 어떤 자리의

아주 사소한 소유권만을 주장할 뿐인데

왜 나는 사랑이란 말조차 입에 담지 못하고

다만 그대의 위대하고 낯선 크기에 놀라

사랑을 사랑의 자식으로 삼지 못하고 있는가?

만남이여 또 다른 삶에의 놀람이여 놀람의 행복이여.

 

 

 

 

 

 

[물이 되는 꿈]

               -  루시드 폴의 오 사랑앨범 수혹 곡

 

,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 꽃이 되는 꿈, 씨가 되는 꿈, 풀이 되는 꿈

, 강이 되는 꿈, 빛이 되는 꿈, 소금이 되는 꿈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파도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 별이 되는 꿈, 달이 되는 꿈, 새가 되는 꿈

, 비가 되는 꿈, 돌이 되는 꿈, 흙이 되는 꿈

, 산이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바람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모래가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 비가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강이 되는 꿈

다시, 바다 바다가 되는 꿈, 하늘이 되는 꿈

물이 되는 꿈

 

 

 

 

저물녘 천천히 어둠이 내리는 방안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을 나는 좋아합니다. 음악도 꺼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가만히 누워 이 별이 하루분의 여행을 마쳐가는 것을 가만 바라봅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여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불을 켜서는 안 됩니다. 밤의 어둠을 대낮처럼 밝히는 일은 어둠에 대한 모독일 것입니다. 밝은 날 활기 있게 일하고 놀며 어두워지면 그 어둠을 영접하여 몽상과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간의 율동이니. 밝음이 사라지고 서서히 어두워져 완전한 어둠에 들기까지, 혹은 완전한 어둠으로부터 서서히 희부윰해지며 밝음에 드는 경계의 시간을 나는 사랑합니다. 경계를 지나며 숨을 고르기 시작하는 어둠속에 가만히 누워 있을 때 충만해지는 존재감. 나는 속삭이게 됩니다. 나는 이 별의 사람이구나. 낮고 작은 이별에서 들숨과 날숨을 빌린 사람이구나.”

 

<김선의의 달의 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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