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이가 태어나서 90일을 살아왔다.
3개월이 된 아이는 30일때와 참 많이 다르다. 짓는 표정, 하는 짓, 늘어나는 눈빛, 하루 패턴 등등. 얼굴을 보면 아기같지 않고 어린아이 같단 느낌이 들고 말도 할거 같은 착각이 든다.

다연이는 이렇게 변하는 동안 나는 얼마나 엄마스러워지고 있었을까.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지나고나니 육아를 대하는 모난 마음이 자리잡게되었다. 중심이 약하니 이말 저말 이 정보 저 정보를 수집하고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마음을 어지럽게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렇다는거다.
모가 날대로 난 정신을 잘 굴려서 모가 난 부분을 다듬어야 할 때가 아닌가싶다. 둥글둥글해야 행복한 엄마 행복한 육아, 행복한 아내 행복한 가정이 되지 않겠는가. 들뜨고 난리법석였던 마음세계를 가라앉히고 공부를 하자. 여러 지식과 정보 속에서 나의 것을 만들자. 뿌리를 뻗어보자.
지혜의 믿거름인 평온한 마음을 발견하자.

오늘은 다연이가 90일.
처음으로 상림숲을 보여준 날.
그러나 너는 아기띠 안에서 잠을 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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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혼자 누워있다. 멍한 시선이 약간 잠깐 감지된다. 졸리운가 보구나. 거실에 혼자 눕혀놓고 부엌에서 관찰해본다. 얌전하다가 짜증섞인 손짓도 하고 잉잉- 소리도 조금내는 아이에게 다가가지 않고 바라만봤다. 이유식책을 보다가 조용해져 다가가니 잠을 잔다. 얕은 잠이라 놀래 깨길래 마미쿨쿨을 덮어주었다. 혼자 잠들어서 그런지 인상을 쓰고 있누나.

다연이가 점점 자라니 준비해야할 것에 마음이 달려간다. 놀 공간에 필요한 매트와 가드라인 문(?) 마련, 이유식 정보, 의학 정보, 수유양과 텀, 낮잠 패턴 만들기, 여름이 다가오니 습진.땀띠 예방법....
이유식 공부와 준비는 또다른 큰 언덕이라 머리가 무겁다. 내용도 방대하여 초보맘에겐 큰 짐이다.

육아블로그들을 들여다보곤 해서 앞으로 다가올 시기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게된다. 끊임없이 고심하고 결정해야할 것들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대부분 엄마들이 그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문득 아이를 키우는 주체가 엄마가 되고 아빠는 협력자로 비쳐지는 인상이 들었다. 어제 육아방송을 보니 '엄마가 아빠에게 육아 도움을 요청할땐 구체적으로 ...'라고 충고한다. 주로 엄마는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가 주체고 아빠는 부주체로 보이는 것은 무수히 많은 엄마들이 끊임없이 이것을 저것을 아빠들에게 도와달라 도와달라고 청하기 때문이다. 함께 아이를 낳았음에도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걸까.

왜 그런가? 라는 의문이 고개를 든다. 두 사람 모두가 육아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인가? 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조사하고 많은 결정을 둘 중 한사람, 특히 엄마가 하게된다. 시일이 지나면서 그런 패턴이 굳어져 새로 일어나는 고민과 결정이 그렇게 한 사람에게 고착화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종 도원은 주양육자, 부양육자란 표현을 사용했다. 다연이를 무척 잘 보살피고 양육을 같이 하는편인 아빠지만 그렇게 얘기할땐 섭섭한 마음이 일었다. 이제는 그런 마음보다도 양육의 핵심 그리고 부모가 현명하게 취할 자세에 대한 사유를 하게 된다.

엄마 아빠 모두가 아이의 주양육자이자 동등한 주체자로서 서고 서로가 서로의 협력자가 되는 것, 그것이 가족이 같이 산다, 함께 길을 간다는 것이 아닐까.

엄마인 나는
어떤 마음을,
어떤 심지를,
어떤 행동 방향을 취하면 좋을까.

이것도 함께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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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는 대백과사전같은 이유식 참고서적을 사야겠다. 육아는 도구 장만과 엄선된 재료와 권장과 금지에 대한 각인과 무한반복되는 소독 이다. 이유식도 그러하다. --;


다연이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야 겠다.
하루하루 모습이 예쁜데 매일 달라지니 기억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커 가는 것이 아깝단 의미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알거 같다.

엊그제는 울고 있는 모습도 너무 예쁘고 귀여워 혼났다. 그것을 카스에 적어놓았는데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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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갓 태어났을 땐
조금만 칭얼거려도 심장이 덜컥덜컥 후덜덜했는데
70여일이 지나니 울먹울먹 징징하여도 차분하다.
아프지만 않으면 심심평온~.

아가가 딸국질을 하면 모자를 씌우고 폭 안아준다.
모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종종 징징~.
딸국질이 멈추었네, 모자 벗겨줄께- 쑥-!

ㅎㅎㅎ 우습다, 귀엽다 우리 아가 머리.
목욕한 후 약간 젖은 머리였었지.
여전히 우는 너를 달래 줄 생각은 미루고
이쁘다고 사진찍기 바쁘다. 미안해~.

우는 건 멈추었는데
아가 표정이 살짝 이러는 듯.
'몹니까. 빈정 상하게. 나를 요케 만들어 놓고 즐거우심껴?'


다연아, 잠든 너의 곁을 지키는 엄마야.
눈을 떴을때 깜깜하거나 아무도 없으면 무섭지 않겠니. 잠에서 갓 깼을때 엄마나 아빠가 옆에 있음을 안다면 안심되지 않겠니. 네 마음이 평화롭지 않겠니. 그래서 요즘 엄마는 네가 혼자 눈뜨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단다.
네가 눈 떴을때, '잘 잤니, 엄마 여기 있어요. 기분은 좋아~' 하고 말을 걸어주고 웃어주면 너도 곧 이어 활짝 웃으며 몸을 뒤튼단다. 그러면 엄마도 기분이 상쾌해져.
아, 우리딸 기분이 좋구나. 나도 좋다.

너의 기분 좋은 깨어남을 사수하는 것이
요즘 엄마의 보람이야. 울며 깨면 속상하고 그래. 방금도 너의 눈 뜬 자리를 지켜봤다. 자칫 집안일 하다보면 놓칠때가 있기도 하지.
웃어주니 고맙다~.
오늘도 많이 웃고 기분 좋은 아침과 저녁의 꿈나라 시간을 만들자,아가야.

아빠는 공부하러 갔는데 얼릉 오실꺼야.
우리 다연이 보고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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