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숲을 지키는 나무들 1

예부터
많은 중이 모여 산다고 총림.

일주문까지 비질된
하안거 결젯날
도량 가득
장삼 가사를 두른 납자들.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더 짙어질 푸르름만을 남긴 채
숲들은 차라리 적요.

모여산다는 것
그 무엇에 대한 결의일까
봇둑에 가득 넘실대는 물빛.

잡목들로 이룩된
오월의 산
튼실한 뻐국새 소리
뱀과 용이 섞여
총림을 이루며
산은 더욱 큰 그늘로 오고.

모든 잡소리 치우는
힘찬 죽비소리 하나로
툇돌 흰 고무신들 가즈런하다.
산꽃2

그대 속삭임과
나의 기다림은
웅자한 산의 웅얼거림으로 되니어지고
그대 아득한 사랑
절벽에 핀 꽃의 날리는 한숨이네
그대 거처에는 오늘도
나의 서성거리는 발길처럼
새가 지나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물소리도 기웃거리듯 지나가고
그 모두의 그림자만 그림자만 지나가는
무망한 나날들
함뼘 기웃한 햇빛
그대 모습처럼
꽃잎 두어 낱 어깨 맞춰 지나가고 있어라





연꽃3

간 밤에는 너무 취했나 보다
비바람 속을 달려온
천둥의 뜨거운 손길은
붉은 연꽃 두어번 번쩍 어루다가는
연꽃이듯 충혈된 눈빛
천리밖 눈물은
왜 이다지 생각보다 빠르게
속절없이 흐르는지
썩고 악취가 나는 진흙탕에
그대를 묻고 돌아오는
해거름답 오월 숲으로 우네
아아 너나 없이
우루루 시궁창으로 몰려가
무리로 그대를 안고 이뤄 필 날은
절 질펀한 진흙창을 보듬고
향그러운 가슴으로 흩날리는 날은


왠지 두견새
                                       현담(스님)

봄 산천의 진달래 다 꺾어먹고 붉은 철쭉도 남김없이 꺾어먹고
상처투성이 맨몸으로 오시어 밤이면 뒷산 어둠 속에서 마냥 나를 부르시니
어디

              살아서 사랑하여야 합니다
              진정 살아서 단 한 번의 후회없는 무엇인가를 이루어야 합니다


달빛 넘쳐나는 해금을 들려드릴까요 아니면 찬만사 은빛 그물을 드리워
봄밤의 하염없는 뱃노래를 들려드릴까요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2>  민음사


1권에서 다수의 시를 발췌하여 포스팅을 하였는데
왠지 작가분들한테 미안하여 오픈은 못하고 나만 살짝살짝 본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2권의 50개의 시는 1권의 그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몇개의 시는 따로 뽑아본다. 더불어 1권에 있는 시 하나를 덧붙인다.
1권의 시 하나, 2권의 시 하나를 공개글로 하고 나머지는 역시나 비공개~.
시가 쑥쑥 자라는 시기이다.



1권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른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권에서....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제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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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렇지는 않을거다.
깨진 것이 칼만 된다면
세상은 너무 아플것이다
그런 세상에 산다는 건
매일 베이며 산다는 것일거다.

때론, 아니 어떤 깨짐이더라도
부서지고 또 부서진다면
고운 가루되어 바람에 실려 가고
강물에 띄워가고
짐승의 숨결에 들고나며
그 누구도 아파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리 살고싶다.
그리 살아야한다.

깨지더라도
모서리 하나 짓지 않고 살아야 한다.

나비는 청산 가네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서 나는 섰네

내 맘에 한번 핀 꽃은
생전에 지지 않는 줄을
내 어찌 몰랐을까
우수수수 내 발등에 떨어지는 꽃잎들이
사랑에서 돌아선
내 눈물인 줄만 알았지
그대 눈물인 줄은
내 어찌 몰랐을까
날 저무는 강물에 훨훨 날아드는 것이
꽃잎이 아니라
저 산을 날아가는 나비인 줄을
나는 왜 몰랐을까

꽃잎이 날아드는 강가에 나는 서 있네



" 우리가 선택하는 방향은 우리 자신에게로 되돌아 와서

  인생의 매 순간순간에 일으키게 되는 의도에 반영된다  "

천천히 돌아가세요.
가르치는 사람들이 먼저 배우는게 필요해요.
가르침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다르고
삶을 사는 것과 그 삶을 가르치는 것은 다르지요.
아는것과 가르치는 것이 다릅니다.

가끔은 성과가 보이는 것도 필요해요.

- 실상사에서 원묵스님과의 차담 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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