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녘에 한국 식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 나 역시 잘 있고 별일 없다 했던 날.
바로 그날 오후 자전거를 보고서 충격과 웃음범벅이 되버렸다.

있어야 할 자전거는 있는데
있어야 할 자전거의 안장이 없는  것이 문제.

'어?? 어??????? 뭐지?'

굉장히 허전해 보이고 낯설어 보이는 자전거.
안장 도둑님이 오셨다 가신거다.
따져보건데 아침부터 오후3시 이전에 일이 벌어진거다.
자전거 바디엔 잠금장치가 달려 있어서
안장만 떼어 갔는가 보다 싶다.
왜 바구니와 벨과 짐받침대는 안떼어 갔지?
라는 생각까지 든다.

하하하하하....

웃음밖에 안나와.
자전거 도둑님도 못되는 안장 도둑님이라.
특별히 안장이 필요했던것이 아닐까.
혹은 잠깐 빌려간 거 아니야?

너무나도 황당한 기분에
'빌려갔을'거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자전거 전체가 없어진 것 보다야
백배 나은 상황이라서 안도도 되고.
안장을 도둑맞았다라는 사실이 너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바로 전날 자전거를 세차까지 해서 산뜻했던 기분이
조금은 망가지고 조금 더 코미디가 되버린 날.
그것이 어제, 일요일이다.

오늘 출근을 조금 미루고
안장을 사러 한참을 돌아다녔다.
새 안장과 심대, 자물장치를 들고 집까지 오면서,
자전거 수리공에게 창작을 의뢰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 이야기를 해댄다.
자전거 상점 주인과 손님에게
사탕쥬스집 주인에게
시내 여행센터 여직원에게
자전거 수리공에게.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참으로 조용할 날이 없구나. 이곳은.
이 또한 지나가는 거라서
좋은 일 다음엔 나쁜 일이
그리고 다시 좋은일이 돌아오는 순환구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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