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게소 들렸어요. 이제 30분정도만 더 가면 될 거 같아요.

어떻게 어디를 지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오는 내내 왜 자꾸 눈물이 나는 지. 글쎄, 잘 모르겠어요. 왜인지.

어미 게의 마지막 말의 먹먹함과 납짝 엎드려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그 마음과,

내 어린날의 기억과 기억에 없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 절대로 세상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되풀이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던 어린날의 각오들.

세상을 바꾸겠다던 젊은 날의 호기와 세상의 아픔에 힘을 보태겠다고 원을 세울 때의 열린 마음과 인도의 아이들과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해 하던 날과 누구 하나 마음에 이야기들 나누고팠던 외로움의 시간들. 그리고 하고자 했던 일들.

그러나 정작 왜, 새 생명의 소식이 이런 것들과 배치되기라도 한 마냥 모든 기억들과 다짐들과 내 생각의 전체를 떠올리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상도 남기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이 얼마나 관념적이고 생각에 빠져 있는 말이었는 지, 화장실 다녀오면서 문득 내 자신이 너무 내 생각과 내 관념에 빠져있구나 싶어서.

참, 이 무슨 금강경의 금강같은 죽비로 던져오는 질문인 지.

민화.
그대와의 만남과 만남으로 생겨난 그동안의 모든 것들이 모두 내게는 축복같은 선물이었음을.

세상을 꿈꾸면서도 세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땅을 꿈꾸면서도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내게 다가온 하늘과 땅의 선물 같은 것.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치며 지켜봅니다.

정토회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올 때 여기에 또 한명의 숫자를 보태기 위해, 또 하나의 욕망을 덧붙이기 위해 세상에 다시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 때의 첫 마음은. 그리고 지금 마음도 여전하고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싶어요.

나의 마음이 한결 같기에 역설적이게도 그대를 향해 마음이 갈 수 있었고 또한 그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릴 수 있었다고 여겨져요. 그대에게서도 나와 같은 마음이 있음을 공명할 수 있었기에.

그래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어떤 것도 그와같지 않을까 싶어요. 그대가 전해준 새 생명에 대한 소식도.

많지는 않지만 지켜보면 생명은 왔다가 가는 거 같아요. 그대와 나도 그렇겠지요? 우리가 세상에 올때 누군가는 반겨주고 맞이해주었기에 우리가 있을 수 있었겠지요. 그 인연들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들을 올리고. 지금, 여기서 주어진 시간들을 아낌없이 헛됨없이 보내기로 해요. 그리고 가야할 때 미련없이 주저없이 떠나기로 해요, 우리.

새 생명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나도. 나이만 먹었지 큰 이야기들만 늘 머리가득 있었기에 정작 가까운 사람, 가장 옆에 있는 사람 챙기고 아껴주는 방법을 모르고 살았어요. 그게 가장 두려운 일 같아요. 행여, 내가 그대와 그 생명을 지켜내는 일에 미흡할까봐.

아직은 뜻이 모자라 세상을 구명하겠다는 일과 가정을 챙겨내는 일이 행여 분리되어 이것도 저것도 버벅거릴까봐.

그러나. 내가 배운 성현의 말씀들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 뜻에 따라 올곧이 내 몸과 마음 다해 세상을 구하는 일과 가족을 사랑하는 일과 내 한 몸 건사하는 일이 결코 둘이 아닌 하나임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면.

이것이 어쩌면 그 생명의 소식이 그대와 내게 던져주는 진정한 메시지일 것이며 또한 우리가 그 생명을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전부인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민화.
그대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볼까합니다. 정해져있지 않은 미지의 길을. 그대의 손 꼭 붙잡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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