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무얼 먹고 그리 깊어지는걸까요
여러 해가 지난 어느날 우리는 깜짝 해후를 하는 사이가 되었나 봅니다.
12살의 소녀아이는 스무살의 아가씨가 된 듯하고
14살의 소년은 스물두살이나 된 청년이 되었어요.
아이들은 무얼 먹고 머리와 가슴속 이야기를 그리도 많이 키워나간 걸까요.
8년전, 혹은 3년반 전에 처음으로 만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크고 깊은 삶의 눈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나는 벅찬 가슴으로 심장이 쿵쿵 합니다.
그들을 바라보면은.
'사사는 그대로인거 같아요'
나는 그대로여서 좋고
이제는 어린 아이가 아닌 그들은 가슴의 깊이를 키웠기에 좋습니다.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는 그대로여서 다행입니다. 아니면 어디서 이런 귀한 벗들을 만날까요.
아이들은 무얼 먹고 이리도 깊어지나요.
'부모와 교육이죠' 라고 얘기한 22살의 청년에게 14살 소년의 기억을 빼어 놓고
'토할 것 같이' 연주 연습을 하는 예비 연주가는 그렇게 힘든 길이라 할지라도
그 이유가 가족과 좋은 인연들과 함께 공유하는 순간순간들임을 영혼가득히 고백을 하고
천진한 아기 천사같은 21살의 그녀는 '꼭 뭐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정도로도 나쁘지 않아요' 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커요.'
아이였던 그들도 어른도 함께 웃습니다. 그말이 맞으니까요.
그뜻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저 미진한 존재로 보고서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 라고 섣불리 앞서간다고 착각하고서
아이들을 그분들의 틀 안으로 들여놓으려 할 때, 아이들은 제 알아서 크는 법을
잃어버린다는 뜻일꺼에요.
어른이라면 말이죠,
그냥 아이들에겐 미래의 친구가 될 존재, 현재에는 의지처가 되는 존재 정도로 살아야 해요.
어른이라면. 어른이 되려면 그리 살아야 해요.
바라지 말고. 색을 입히려 들지 맣고.
한 명, 한 명 감동을 자아낼 만큼 성장하였고
나보다도 더 깊은 성찰을 해 나가는 이십대의 친구들.
내가 복이 많지요.
이런 순간이 허락되었으니까요.
자랄 아이들을 만났고 자란 아이들을 만났고
그 아이들이 이젠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해주니까요.
내가 참으로 복이 많네요.
홍대 어느 골목,
해피바이러스의 클래식 기타소리가
지난 2년 반의 보고픔을, 그리움을 그렇게 채워주어요.
지나가던 행인들도 까페의 손님들도 박수를 보내와요.
아이들과의 해후
2011. 8. 29.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