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에서

세모의 하루 밤을 암자에서 지냈네.
그 밤 암자에 누워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을
하나하나 읽어 가니
어느새 온 산이 은회색으로 반짝거려
마치 책장을 넘기듯
밤새워 이 골짝 저 골짝 헤매면서
저마다 색깔과 모양으로 깨어나는
물상物象들이 물안개로
굽이굽이 피어올라
마침내 동트는 새벽 햇살에
푸른 악보로 떠오르는 걸 보았네.


독경讀經

산에서 만났네.
밤마다 달빛에 젖어
달처럼 환해지는
별들 내려와 총총히 박혀서
반짝이는
눈물처럼

입김처럼
축축하게

무릎 아래
수풀을 키워
두런두런 잎새들 피워 내며
독경하는
바위를
그 산에 가서 만났네.



산바람

나무야,
풀아,
흔들리며 사는 건
그대들의 몫
흔드리며 자리 잡고
푸르게 살기는
그대들의 삶
햇살 내리고
비를 내리니
뿌리를 뻗어
바위를 삭히고
흐르는 물을
햇살과 섞어
푸르게 숨쉬는 건
그대들의 지혜
간밤에도
깊은 골짜기나
우뚝한 바위에도
고루 이슬이 내려
온 산이 젖었으니
햇살 밝은
오늘은
하늘과 땅을 섞는 소리
온 산에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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