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香油

그녀의 사랑은 뜨겁게 타올라
하늘나라에서
별로 세공된
유리병에 담겼다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네.
머리칼을 적시고
얼굴을 덮었네.
몸 안으로
깊어지는 눈빛
황홀하게 적어들었네.
오감五感을 넘는
황홀한
죽음이었네.
깊은 골짜기까지
가라앉은 사랑
향유가 되어 죽음도
꽃잎처럼 향기롭게 피워내
햇살처럼
별빛처럼
반짝이며
열매 맺는
사랑의 경전經典 되었네.




못 자국 일기-최상철 화백에게

돌아보니
산다는 게
생나무에
못 자국 찍는 것이구나.
누가 삶을 그릴 수 있으랴
그저 하루 또 하루
생으로
점, 점을 찍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못 자국만 가득한
생나무인 것을
누가 그 형상을 말하랴
다만 하늘 아래 걸린
생나무 결에
깊고 엷게 찍힌
못 자국들 가득 안고
오늘도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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