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기관이 쉬는 날 마시와니를 다시 찾았다.
어린 친구들과 도서관을 가보기로 약속한 날이라서.
날씨가 화창하기 그지없다.


마시와니 동네 아이들 다섯명과 도서관 첫나들이는 상쾌한 인상을 남겼다.

주마, 오마리, 이브라힘, 알리 그리고 꼬맹이 압달라.

모두 사내녀석들이고 primary 등급생(초중생)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다.

 

우선 마시와니 동네에 들러서 도서관에 갈 아이들이 누구인지,

그 이름과 나이를 확인한다. 나들이를 간다니까 깔끔하고 꽤

나은 캐쥬얼 차림을 하고들 있어서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14살의 주마는 허름한 옷 그대로라 마음이 쓰였다.

나이는 제일 많은 녀석이 수줍음은 어찌나 많은지 항상

멀리 떨어져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해지면 좋을텐데.

선한 얼굴의 친구, 주마.

 

아이들은 흥이 나 있다. 생전 처음으로 도서관을 가는 것도 그 이유이고

외국인과 동행하는 것도 자랑거리일 것이다. 게다가 자기들 마음대로

상상했던가, 축구놀이도 하는 줄 알고 있어서.

? 축구?!, 그건 다음날 하자라고 달랬다.

5명 모두 축구광들이다. 물론 축구공이 있는 집은 없다.

다음엔 축구공을 선물해서 축구를 해야겠군!’

마시와니에는 또래 꼬맹이들이 아주 많다.

 

라마단(이슬람 종교 기간으로 오전부터 오후 6시까지 금식을 하는 경건한 기간)

기간이라서 오래 걸으면 힘들 텐데도 둘씩 셋씩 손을 꼭 잡고 기특하게 잘 가준다.

하도 꼭 손을 잡아서 손바닥에 땀이 배었다. 처음으로 아이들의 손을 그렇게

오래오래 잡아본 듯 하다. 좋은 느낌이다.

 

탕가 도서관.

사전 답사를 두 번 정도 했지만 다시금 방문한 이유를 에스터라는 여직원에게

얘기한 뒤, 아이들이 1년 회원등록을 할 것이고 책을 빌릴 것이고

도서관 설명이 필요하니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에스터양은 흔쾌히 승낙하고 회원등록 수순을 진행한 뒤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안내하면서 도서관 이용법을 설명하고

그들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차분하고 따뜻한 그녀의 태도가 매우 기분 좋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눈을 빛내면서 듣고 있는 모양새와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책을 고를 때는 너무나도 흐뭇하다.

주위가 산만한 이브라힘과 아직은 너무 어린 일곱살 압달라를

집중시켜야 하는 것도 너무 우습고 밉지 않다.

 

책 한 권씩을 빌리고 에스타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나니

1230분이다. 벌써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난 것이다.

 

목이 마른 아이들에게

물을 사주려고 도서관 앞에서

가게를 찾고자 휘휘 둘러보는데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

아이들을 기다리게 한 뒤 물을 사올까 하는데

가까이에 군것질 수레가 있다. 10대 소년이 과자,

만다지, 음료수를 파는 그 수레다. 자주 본 친구다.

 

주스를 마시겠냐고 하니까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아이들이

저요,저요 한다. 그러다가 두 명만이 주스를 마시겠다 한다.

(라마단 기간에는 오후6시 전까지는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

아이들이 수레의 유리박스에 있는 초콜릿 비스킷에 눈을 떼지 못한다.

하나에 오백원, 삼백원하는 군것질거리를 잘 사먹지 못하니까 많이

먹고 싶을 것이다. 게다가 옆에는 사사라는 물주가 있지 않은가!

숙기 없는 주마까지도 콕 찝어서 초콜릿 비스킷을 가르킨다.

주스를 마신 녀석들에겐 작은 포장의 비스킷을,

나머지 아이들에겐 좀 더 큰 포장의 비스킷을 선물하면서

이것이 공평하다고 얘기해 주고 잘 두었다가 저녁에들 먹으라고 일렀다.

 

도서관 바로 옆에 공원이 하나 있고

그 아래로 바닷가인데 마침 썰물 때라서

많은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주마를 제외한 아이들이 내려가서

놀고 싶다고 눈을 반짝인다. 주마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그래, 20분동안만 놀다 가자. 곧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니까.

그전에 사진을 한 사람씩 찍자. 도서관 회원증에 필요하거든

도서관 핑계를 대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라 한다.

단체 사진까지 찍고서 공원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이들이 맡긴 책과 과자꾸러미를 안고서.

 

한낮의 바람이 시원하다.

 

시계도 없는 녀석들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20분만에 주마와 내가 있는 곳으로 올라왔다.

아휴, 기특한 녀석들!!

도보로 25분정도 걸리는 귀가길을

한낮의 땡볕아래에서 게다가 라마단 기간이라

기운 없는 아이들을 걸어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고 있는 택시운전사에 전화를 걸고 나서 기다리자니

아이들이 길가에 앉아 책을 펼친다.

이브라힘과 압달라는 읽지도 못할 영어동화책을 빌렸다.

뜻도 모르면서 서툴게, 느리게 읽어 내려 간다.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방문 때 마다 1,000원씩 내거나

한해 회원비를 내야 한다. 초중생은  5,000, 고등생은 7,000,

성인은 10,000원정도 한다. 마시와니 가족들이 잘 살지는 못해도

아이들을 도서관에 보낼 5,000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일 뿐이다.

의식이 이렇게 다르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이라면 자기의 것을

줄이고 먹고 입는 것을 줄여서라도, 아니면 빌려서라도 책을

볼 수 기회를 아이들에게 만들겠지만 탄자니아 국민성은 별로 그렇지가

않다. 부모가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성장환경,

살면서 얻게되는 자극, 경험치들이 달라지는 법이다.

숙기 없는 주마의 경우도 자극과 경험이 더 많다면 좀 더

세상을 당당한 자세로 맞이하지 않겠는가. 선택권 없이

그 기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만이 안되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열성적으로 공부하는 형,누나들을 본다면

그것 또한 간접 체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단원들의 말을 빌자면

아이들은 교과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

교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판서한 것을 죽어라하고공책에 베낀다.

교과서 마저 그 지경이니 책을 어떻게 접하겠는가.

 

도서관에서 보일 아이들의 반응이 몹시 궁금했었다.

과연 흥미로워 할까. 괜시리 소용없는 짓은 아닐까.

아이들의 학습욕구가 어느 만큼 일까.

앞으로 꾸준히 아이들이 책 읽기를 습관 들이고

점점 성장해 나갈 수 있을까. 충분한 자극이 될까.

이런저런 궁금증들은 앞으로 몇 차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될 것이다.

 

2주일 후에 책을 반납해야 하므로

그날을 기약하면서 마시와니에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 번에는 아이들을 위한 축구공과

여성들을 위한 배구공을 마음에 그리면서.

(파투마 아줌마는 공놀이를 좋아한단다.

 걷지 못하시는데 어떻게 하시나 궁금하다.

 다르살람에 있을 때 했단다. 집 옆 마당이 넓으니

이웃들과 할 수도 있단다. 그 이웃들 중엔 파투마 아줌마와

똑 같은 장애 지닌 분들이 꽤 된다. 순간 마음속이 반짝였다.

건강한 놀거리가 많아진다면 이곳이 더 밝아지지 않을까.

몇몇 가정이 로컬 술을 팔기 때문에 매일 외부사람들이 찾아오고

종종 취해있다. 평소에 이것이 참으로 못마땅했으나 그들의 생계와

직결된 부분이므로 내 멋대로 하지마라, 아이들에게 안좋다라

훈계를 둘 수가 없었다.

그래, 사람들을 좀 놀게 하자. 술을 마시는 대신 다른 걸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바뀌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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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으로 가늘 길의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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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직원의 다정하고도 명료한 '도서관 이용법과 주의사항'등을 듣는
소년들. 그녀는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 꽂혀 있는 공간을 알려주고 책을
골라주었다. 드디어 아이들이 회원증을 만들고 책 한권을 빌리는,
감격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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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책들이 있는 듯 싶으나 영어로 된 책들이 더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Primary 생들은 아직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대개는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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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사진도 찍고, 택시를 기다리면서 보도에 앉아 책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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