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5


북앤 짜이집 제안 후 첫 만남.
 

생각할 시간,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찾아간 마시와니 공동주택. 때는 오후 4. 마실하러 온 사람, 로컬 술을 마시러 온 사람들까지 있어서 좁은 공간이 북적거린다. 답을 듣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이 시끄러워졌다.

 

두개의 휠체어는 수리가 덜 되어 있다. 기술자가 오지 않은 거다.

다우리 아저씨는 낮술을 하고서 자기 휠체어는 왜 안 고쳐주냐고 성화다.

툴로 아저씨네 휠체어가 예쁘게 고쳐진 것을 보고 마음이 안 좋은게다.

툴로 아저씨 내외와 얘기도 안한다고 툴로 아줌마가 속삭인다.

마그레드 아줌마는 다른 집들이 이것저것 받았으니 이번엔 자기 차례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로컬 짜이집의 취지를 잘 모르니까 그걸 맡아 하고 싶은 눈치다. 오마리 새댁네는 오마리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 혜택을 이미 받았지 않았냐며. 그녀의 스와힐리어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어서 대화는 진행 되지 못했다.

파투마 아줌마만이 내 취지를 이해했는데, 그녀의 속마음은 아직 듣지 못했다.

오마리 새댁(아이가 셋이나 있지만 나이는 어리다)은 다같이 함께 하는 것이 힘들다며 각기 따로 짜이집을 여는게 좋겠단다. 그녀는 앞을 못보는 임마뉴엘 아저씨, 투덜쟁이 다우리 아저씨, 생각하는 능력이 미숙한 툴로 아줌마와 함께 일하는 것이 싫은 거다.

툴로 아줌마는 집 밖의 길까지 나와서 백원만 줘요라 한다. 급기야는 그렇다.

 

이것이 현실이다.

밝고 예쁘고 희망찰 것 같은 꿈같은 책읽는 로컬 짜이집

현실과 이렇게 다르고 현실과 이렇게 부딪친다. 내가 던져 놓은

유혹덩어리가 그들의 삶을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본다.

질투하고 시기하고 험담하고 그리고 언쟁을 한다.

그들은 다 같이 모여 앉아 있지조차 않는다!!!

 

분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외지인도 많아 어수선하다. 이미 시각은 저녁 6시다.

오마리새댁네 말마따나 조용한 시간에 다시 오는 것이 좋겠다.

월요일 오전 9시를 약속해 놓고 마시와니 집을 나섰다.

 

 

현실과 이상의 충돌을 경험한다.

이상을 들고서 지혜롭게 다가가지 못한 탓이라 여긴다.

그분들이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고 여겨진 순간을 기다렸고 지금쯤이면

뚜껑을 열어도 될 거라 여겼는데 , 역시나 사람 마음은, 욕심은 그런게 아닌가 보다.

12월이면 떠나야 하니 충분히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여긴 나의 조바심,

그동안 더 다가가지 못하여 그들이 나를 모르고 나의 마음을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을 몰라서 그렇게 나를 이해하지 못함을 , 누구를 탓하겠는가.

 

돌아오는 길, 속으로 중얼거린다.

내겐 사람이 필요한 거야.

나와 그들 사이의 교각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믿고 나를 지원해 줄 사람. 내가 믿고 의논이 가능한 사람.

그런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가방이 무겁다.

주지 못한 사탕 몇십개와

보여주지 못한 책들과

심어보라고 권유해 보지 못한 한국산 채소 씨앗들.

마음은 더 무겁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아가 보는 거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죽보단 밥을 지어야 제 맛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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