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야지.....'

 

어찌 살것인지에 대해 길을 정했다고 했지만 많은 부분은 빈 여백이고

그나마 그려가고 있는 것도 그 모양과 색이 조금씩 바뀌니 하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불명확함.

그리고 거기서 오는 불안감.

 

란다에 오색빛 룽카를 걸어 놓고 보니

라다크에서 보았던 기도깃발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국의 바람은 기도글을 읽고 또 읽어주고 있었다.

그 시절엔 그와같이 내 가슴에도 기도깃발이 나부끼고 있었고

깃발을 움직이게 한 바람의 존재를 명명히 느끼고 있었다.

가슴 안 가득히 바람을 안고

내 느낌으로 내 길을 가는데 어려움도 주저함도 없었다.

어떤 불안감도 없었다.

 

 

기도 깃발을 오도커니 보면서

내 가슴 속엔 펄럭이지 않는 기도깃발, 룽카가 그렇게 있음을 보았다.

텅 빈 황량한 가슴.

어느새 바람이 멎었을까........

 

과거의 기억, 그리움, 혹은 후회하는 존재는 '진아'가 아닌 '가아(가짜 자아)' 이다.

 

'후회하는 건 가아에요. 진아가 아니란 거죠. 진아는 본성대로 계속 , 그대로 진행하는 거에요'

 

후회한다는 건 과거에 머물러 있고 지금 바로 현재 여기에 머물리지 않고 떠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존재는 불안, 공포, 슬픔 등 부정적인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에 머물기.

진아로서 존재하기.

 

하고 멈추어 버린 가슴에도 다시 바람은 불 것이고 나의 기도깃발은 펄럭일것이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른 바람이고 다른 기도가 될 것이다.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고 항상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옛 것을 그리워 하는 나를 털어버려야 한다.

 

꿈을 꾸기로 했다.

희망을 그리기로 했다.

 

"공간을 그리고 그 속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하면서 살아야지. 그런것들로 그 공간에 오는 사람들이 행복해 할 수 있도록.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포근한 미소를 짓고 갈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물들일 수 있는 삶을 살아야지."

 

이 나서, 무모하다 싶어서, 삶의 터전을 바꾸는 시작은 상황에 맞춰 하자는 안일함에서

그리고 일상에 치이면서 그림 그리기를 멈추었음을 깨달았다.

희망을 키우지 않았었구나.

에너지를 소진하고만 있었구나.

 

희망 없이는, 그 에너지 없이는 결코 나의 공간과 삶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꿈을 꾼다. 희망을 그린다.

 

'방에서 인형을 만들자. 영상도 조금 만들어 보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욕심 같아서는 캘커타 코코넛처럼 헌책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고.

 내가 생활하는 공간은 두는 것 없이 소박하지만

 사람들이 스치고 지나갈 공간엔 차와 책, 볼거리들,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어.'

 

 그렇게 살 수 있는 터전을 찾아보기로 하면서 움직이는 것과

 어떤 터전을 찾아볼지 결정하기를 주저하면서 움직이는 건 다르다.

 다시, 내 목소리를 따라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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