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꼬깃꼬깃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9월의 어느 발걸음이 강원도를 향하게 한다.

강원도 홍천에서 가까운 가리산 자락에 있는 팬션에 여장을 풀었다.
인제에서 가까운 원통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이곳은 예전에
운영했던 팬션이지만 지금은 지인들만 쉬워가는 곳이라 했다.
'저달마지'

      가리산 산이름인 가리는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땔나무 따위를 차곡차곡 쌓아둔 큰 더미를
       뜻하는 순우리말로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으로 생긴 데서 유래한다. 태백산맥
       중 내지(內地) 산맥의 일부를 이룬다. 제1봉 남쪽에서 홍천강이 발원하여 북한강의 지류인 소양
       강의 수원(水源)을 이룬다.  
       능선은 완만한 편이나,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원 제1의 전망대라고 할 만큼 조망이 뛰어나, 소양호를 비롯하여 북쪽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

강원도 인제에서 가까운 원통에서 올라가다 보면
하늘과 가까운 곳까지 자동차가 도달한다.
날씨가 좋든 아니든, 구름이 없든 운무가 가득하든 참 좋다.


여든살이 되셨다 했던가.
지내는 동안 '아버님'이라 불렀던 분과 가사일을 하시는 어르신 한분.
산 꼭대기에서 이렇게들 사신다. 이뻐해주셨다. 잠시 머물다 가는 객에게 정이 드시는지
손수 찾아낸 네잎클로버를 선물로 주셨다.
너무나도 가슴 따뜻하고 예쁘다.

근처에는 필례산장, 필례약수, 오색약수 등 발걸음 할 만한 곳이 있다.

오색약수의 톡 쏘는 물맛을 맛보고
마침 장이 열린 양양으로 발걸음 한다.
나물, 과일, 해산물들을 팔고 사는 양양 주민들.
떡집에서 추석용 떡을 좀 사고
전도 부칠까 해서 호박과 깻잎도 산다.


낙산 앞바다.
물도 멋지고 파도도 멋지다.
모래사장에 차바퀴가 빠져서 다소 공포스러웠지만서도.

비릿하지 않은 바다바람 맞으며
봉지 라면을 야외에서 끓여 먹는 맛이란!
라면엔 김치보다 단무지가 더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백담사에 처음으로 가보았는데
그거 가지고 뭐라 하는 이가 있어서 '늦은건가? 불교도이면 꼭 와야 하는 곳인가?' 의문이
잠시 들다가 이내 잊어 버린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하는데,
경내에 멧돼지가!
비구니 스님 한분이 먹을 것을 주니까 떠나지 않는다.
비구 스님이 그 모양새를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더 가까이 손을 내밀어봐'
'아, 물려요. 더는 못해요!'
'내 손이 물리는 건가, 자네 손이 물리는 거지. 상관없네-'

-.-.. 누가 스님 아니시랄까봐.

 멧돼지 구경을 한참 하다가 
 한울타리에 있는 만해관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만해 한용운님이 출가한 백담사라서 기념관이 있는 것이리라.
 기념관 안쪽 보다도 바깥 입구와 주변에 마음을 뺏겼다.
 토기와 기와에 심어 놓은 야생초들 때문에.





잔뜩 날은 흐렸는데
높이 높이 올라가면 그곳은 새파란 하늘, 파란 지구가 있다.

별세계.
마치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에 올랐을 때 , 그때 같다.
발 아래 구름 세상.
대관령 고랭지 채소밭!

와아------.





최선생님이 대관령을 비롯해서 주문진, 알펜시아 스키점프장을 구경시켜 주시고
봉평 휘닉스에 선생님의 짐을 두기 위해 가는 덕분에
메밀꽃 축제가 한창인 봉평시내를 통과하면서 메밀꽃 밭을 만날 수 있었다.
3년전 부모님과 방문했을 땐
축제도 아니었고 메밀꽃도 없어서 고즈넉한 그곳이
메밀꽃 꽃송이들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과 행사거리로 넘처난다.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을 거쳐간다.
행운이다.
메밀꽃밭도 보고.

" 3년전 본 수채화 그림과 똑 같구나~.
   네가 메밀꽃이구나.
   너를 훤한 보름달밤에 보면 참으로 곱다던데.
   내게 그런 날이 올까 모르겠구나."




그밖에 해물탕, 노래방은 부록.
그리고 원통의 서호막국수는 맛있다는 거.
덧붙이자면 서호막국수집 부근의 계곡은 숨은 재미였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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