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일다> 연재중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젖을 주는 장면을 떠올리면 어떤 느낌이 들까.

포근하고 은은한 파스텔 톤의 아침 햇살 같거나 평온하며 아늑한 솜이불 같은 이미지라면 어울리는 표현같다. 나는 봄날의 아지랑이 같은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딸아이를 낳아 보니 그것은 신기루가 되어 버렸다. 딸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 데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조리원과 친정집에서 보낸 5주 동안 아지랑이 같은 기대는 아름답게 피어오르지 못했다. ‘모유수유라는 단어가 훈훈한 경험으로 남지 못한 엄마 1인이 된 일련의 과정들 때문이다. 왜 모유수유가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을까라고 의아해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초보엄마로서 난생 처음 겪은 몇 가지 상황과 사건들에 나는 너무나 큰 힘겨움을 느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젖을 무는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설소대를 제거하는 시술(윗입술 안쪽이나 혀 아래의 막을 잘라내는 것)하기, (꼭지) 모양새가 나빠서 수유보조 기구인 유두보호기 착용하기(수유 때 마다 자꾸 떨어지곤 해서 아기나 산모나 몹시 애를 먹었다), 모유수유 기본 3가지 자세를 모두 섭렵하기(젖 양이 적고 젖(꼭지) 모양이 나쁘고 치밀유방이라서 여러 자세를 취해야 개선되었기에!), 모유수유 전문가로부터 수차례 지도받기, 쉽게 늘지 않는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통곡마사지라 불리는 오케타니 마사지 서비스 받기, 모유수유의 달인이라는 유명인을 소개받아 차로 몇 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도 마다않고 아기와 함께 찾아가기 등이다.

수유할 때의 풍경도 진풍경이다. 옷차림은 엉망이고 그나마 엉망인 상의마저 풀어 벗어 내팽개쳐져 있고 진땀을 송글송글 흘리고, 곧잘 무심히도 잠들어 버리는 아기를 주무르고 꼬집으며 깨우느라 엄마는 애간장을 태운다.

 

책표지나 광고물에서 봤던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우아함이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런가. 게다가 젖(꼭지)물림이 잘 못되어 수반되는 통증은 엄마의 마음결마저 거칠게 만든다. 수유 때마다 아기는 아프게 덥석 무니 엄마는 비명을 지르고 수유쿠션을 쥐어짜며 견뎌야 하는 통증은 24시간 내내 가슴을 칼로 찔러대는 것만 같았다. 출산을 하고 지난 5주의 시간동안 나는 수유가 무섭고 피하고만 싶은 고통스런 기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누가 그랬던가. 모유수유가 아름답다고!

 

 

p.s : 유사한 어려움을 시간과 인내로 넘어선 수많은 엄마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저는 모유수유가 많이 힘들어서 지금은 그만두었거든요. 대신, 모유수유로 고군분투할 때는 대하는 것이 어렵기만 했던 딸아이를 이제는 편안하고 평화롭게 품게 되었으니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아기를 예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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