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수유. 예방접종에 대한 기록
출산 | 자연출산
다연이는 2016년 1월, 수중분만으로 세상에 나왔다. 41주, 3.6kg 였다.
내 나이 41세 였으니 일명 '노산'이었다. 그러나 '노산'의 개념은 일반 산부인과에서 언급하는 '편견'같은 것이다.
다연이가 태어난 의료원은 '자연출산'을 지향하는 곳이었기에 나이 많은 산모라 하여 '제왕절개'를 권하는
일반 산부인과의 처세와 거리가 멀었다. 진주에 있는 일반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으로 다연이를 낳을 계획이었으나
'자연분만'이란 것에는 엄청난 의료개입이 들어간다는 점, 산모가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선택권이 거의 없다는 점,
의료진의 주도와 권위로 진행되는 분만은 산모와 아기에게 상당 부분의 인권이 침해 받는 다는 점에서
'자연스럽지' 못한 출산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노산이라고 무조건 제왕절개를 권유받기까지 했다!)
도움을 받아 알게된 메디플라워 의료원(서울 소재지)은 '히프노버딩(최면출산)'의 방법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지향하는 곳이다.
산과의사뿐만 아니라 조산사와 둘라(출산도우미)가 평화로운 출산을 도우면서 산모와 아기의 주체적인 출산을 지지한다.
음, 산부인과와 조산원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산과의사는 출산 마지막인 아기 머리가 슬쩍 보일때 투입(?)^^ 되며 실제 출산 진행은 조산사가 하게 된다.
둘라의 참여여부는 선택사항이다. 만약 둘라가 참여하게 된다면 산모와 가장 가까이에서 조력하는 존재가 된다.
의료진 및 출산전문가가 존재하지만 제일 큰 몫은 예비 엄마와 아빠에게 있으며
약물과 수술을 지양하고 산모가 지닌 본연 그대로의 힘과 순리로 아이를 낳게 된다.
그렇게 아이를 품에 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연이에게 해 주었던 가장 잘 한 일 중에 하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네가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며 그렇게 되었단다.'
노산이라고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절대 그렇지 않다!
산 증인이 여기 있지 않은가!
수유 | 분유수유
뭐니뭐니 해도 모유수유가 제일 좋다!
이걸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다연이는 40일까지만 엄마 젖을 먹고 그 이후로 분유로 크고 있다.
내 동생처럼 모유수유가 원만하게 진행되었으면 참 좋았을테지만 그렇지 못했다.
모유에서 분유로 돌아서면서 좌절감과 죄책감이 매우 깊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한버은 살짝 정신이 나가기도 했다.(친정엄마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가서 '안정제'를 처방받기까지 했을정도였다.)
잘 되지 않고 극도로 고통스러웠던 모유수유를 부여잡는 동안 너무나도 불행한 마음이었다.
그것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서 갓난쟁이가 두렵고 무거운 존재로 다가왔었다.
안타깝게도 다연이의 탄생이후 40여일까지 아이를 사랑하지 못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예쁘고 소중한 시기를 놓친셈이다.
계속해서 그렇게 아이를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모유수유를 계속 할 수 있는 마음상태도 못되었다.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고 그러자 조금씩조금씩 생활에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던 마음도 안정되어 가면서 아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연이가 태어난지 91일인 지금은, 다연이를 참 예뻐한다.
보듬고 보듬고 보듬는다.
속삭이고 속삭이고 속삭인다.
돌이켜 상상해 보건대, 만약 지금까지도 모유수유를 고집했었다면 여전히 고통속에서 아이를 두려워하고 있었을 것 같다.
예쁘고 소중한 시기를 오래도록 놓치고 있었을 것 같다.
비록 모유수유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딸아이를 몹시도 귀히 여기며 사랑하는 엄마다.
예방접종 | 기본만?
자연주의에 따라가는 것들이, 자연출산- 모유수유 그리고 예방접종 거부다.
이 모든 것에 얽매이게 되면 내가 주도적으로 '자연주의'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주의'라는 트랜드에 끌려가게 되는 꼴이 된다(라고 생각한다).
예방접종의 경우, 백신의 허울과 가려진 위험성을 이유로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자연출산을 한 사람이니까 예방접종도 거부해야 맞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을 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남이 그러니까 나도 그러는 셈이기에.
나는 만성B형 간염자이고 도원은 과거에 폐결핵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
아이를 안고 뽀뽀하고 쭉쭉 빠는 '엄마'가 간염자라면 아이가 간염될 확률이 다른 아이보다 높다.
이럴 땐 백신을 맞히는 것이 옳은 것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다른 가정과는 다른 상황이니
우리에게 맞는 판단을 내리기위한 사유를 했어야 했는데 그동안은 '자연주의'라는 허울에 가려
갈팡질팡했었다. 오늘에서야 이런 결론이 났다. 이제서야!
아직은 모든것이 명확하지는 않다.
B형간염과 결핵 백신은 아이에게 접종을 시키는 것이, 우리에겐 맞는 경우이겠으나
다른 백신의 경우는 어떨지를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염 및 발병율이 높은 병인지, 어떤 생활환경에서 발병하는 것인지, 또 백신은 효과율이 높은 것인지,
그 성분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필요성 여부를 각각 체크해 보는 것이 옳겠다. (어떤 백신은 효과율이 50%에 미칠뿐이다.
백신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은 패스해야 하지 않을까? 뭐, 이런 체크 말이다)
현재 다연이는 기본접종은 진행하고 있다. 다소 느슨한 결정이었는데 조금 더 알아보면서 정해보고자 한다.
사랑하는 다연아.
이렇게 너의 다양한 표정을 발견하며
마음껏 기뻐하고 웃을 수 있는
지금의 내가 되었음에 감사한다.
네가 하루하루 커가듯
엄마도 하루하루 엄마로 커가고 있단다.
다연아,
우리 함께
잘~ 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