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아침 풍경
도원&민화&우주
2016. 4. 30. 12:23
105일된 딸아이가 아침잠을 잔다. 어서 아침 일들을 깨기 전에 하고 싶다. 묵은 빨래를 돌리고 세 공간의 먼지를 쓸어내고 놀이매트를 닦고 하는데 아이가 깬다. 열심히 달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부엌에 눕히고 오르골 모빌을 틀어주면서 연신 설명해 준다. 이불 개고 청소하고 금방 올께~. 아이 범퍼침대에 찌끄러미가 많다. 뭐지? 라고 할 틈 없이 찍찍이로 찍어내 치운다.
오르골이 멈추면 다시 틀어주고 아이가 그걸 보는지 확인한다. 조금은 응시를 하니 다행이다.
논에 간 그이가 집에 오면 출출할텐데 밥이 없다. 씻어 놓은 쌀도 없어서 부엌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연신 설명을 해주며 쌀을 씻고 무거운 김장 김치통을 조심히 옮겨 그 안에서 찌개 재료로 삼을 김치를 꺼내 썬다. 그 사이 불려놓은 콩을 삶기까지 한다. 아이가 칭얼거리고 뒤집으려 징징 거리고 뒤집어져 운다. 달래고 있으려니 가스 불의 콩자반 물이 넘친다. 가스렌즈는 엉망이 되고 설겆이는 자꾸 늘어난다. 이제 아이는 심하게 운다. 결국 콩자반은 완성을 못하고 중단하고 아이를 안아 달랜다. 왔다 갔다. 아, 아이 밥 시간이 가까와지네. 겨우 달랜 아가를 눕히고 분유를 타러가니 또 운다? 그러다 지 혼자 노니 나는 피식 웃음을 짓는데 그게 또 싫은지 울기 시작한 아가. 부랴부랴 맘마를 먹이니 딸아이는 너무 울어서인가 곯아 떨어졌다.
그제야 세탁기에서 꺼내 바닥에 던져만 놓은 어른 빨래들을 널고 부엌에 와서 못다한 콩자반을 만들고 밥을 하고 가스렌즈를 수습하고 설겆이를 조용조용 조심스레 한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아이를 위해 청소하고 매트를 닦지만 정작 놀아주지를 못해 아이는 불만스레 울고
밥 챙겨주겠다고 음식 좀 하려다 난장판이 되고
집안 습도를 맞춰보겠다고 쌓인 빨래를 했더니 정신이 더욱 없다.
좋으라고 하는 건데 나는 김치국물 튄 바지차림으로 마음이 엉망이 되었다. 자꾸 심술이 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