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아빠는 불안하다

도원&민화&우주 2016. 6. 8. 20:26

아빠는 불안하다
우리 셋 도원&민화&우주 | 2016.06.08 | 일상 이야기 | 공개
경주에 하자보수작업하러 와 있다. 함양집을 나서기 전, 이미 마음은 무겁다.
아내는 지쳐있고, 다연이는 엄마아빠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갓난쟁이.

집에 있으면 가사일이나 육아를 도울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고 물론 몸도 편하다. 아내가 에너지를 회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않을까싶고.

사회가 돌아가는 소식을 짬짬히 살펴본다. 뭔가 심각한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음을 직감한다. 허물어져내린다고 할까.

다연이가 살아갈 사회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있다. 정치 경제 관료 교육 문화 치안 노조 등등등 총체적으로 막혀있다. 가진사람들, 배운사람들, 똑똑한 사람들, 권력있는 사람들, 뭐라도 있는 사람들이 각 분야의 절정에 똬리를 틀고 먹고 해먹고 또 해먹고.

북한에는 1명에 의해 세습되지만 남한에서는 100명정도에 의해 세습되는 사회라는 말에 공감한다.

구의역에서 한 아이가 죽어갔다. 눈물이 난다. 왠지 모르겠다. 아마, 이 아이의 죽음이 끝이 아닐거라는 직감과 헤어날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운명애때문일까.

내 생애 두번째로 먹고사는 일에 대해 불안해하고 갑갑해한다. 사실, 첫번째라고해도 맞을게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나.

깊이깊이, 첫마음을 돌아본다. 천천히천천히 가는길을 살펴본다.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죽어있고싶지 않다. 다만, 자유롭고자 또 해보고 또 해보고 안되면 또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또 해보는 마음으로 그래 그만하면 애썼다 그만 편히 가시게. 그렇게 스스로 다독여주면서 멀리 영원을 향해 떠날게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다연이가 생겼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새 생명을 얻었는데 왜 나는 더 충만되고, 더 평화롭고 더 자유로움을 향해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주춤하고 있을까.

어쩌면 무너져내리는 사회에 대한 불안보다 이런 내 상태가 더 충격적이고 불안하다.

왜냐하면 무너져내리는 사회에서 새로운 싹은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생명과 그 생명을 지키기위해 올곧이 나를 던지는 것에서 틔워질 것이기 때문에.

오롯이 던져지지 않은 아빠는 오늘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