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쿠덕-

이제는 나침반의 닫혀진 덮개를 열때.
새로운 이정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
무섭지 않아

두려움은 이제 그만.

하지만 잠시 조금만 더 기다려
나침반의 방향은 아직 멈추지 않았고
방향을 가르켜 주지 못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저 바늘이 멈출 때까지
꼭 멈출테니까

믿어
두려워말고
울지 말고
곧 곧 곧
방향을 찾을테니까


마음씨앗센터에서 진행한 마음비추기 두번째 계절-겨울피정에 다녀와...

 

익숙한 공간, 두번째로 만나는 사람들, 예측 가능한 일정.
처음이 아니라 낯설지 않다는 만남의 전제는 과도한 긴장감을 들게 하지않아다.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피정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피정팀에서 설정한 겨울 주제는 '고독과 어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단어가 주는 무게와 우울감은 있었으나 의외로 가벼웠고 홀가분 했다. 아마도 그것은 이미 지독한 고독과 어둠을 이제 막 빠져나온 시점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보 엄마로서, 초보 주부로서 그리고 낯설기만 한 '아내의 자리'에서 바닥을 한번 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피정에 오기 몇일 전 타로수업에 있었던 일이 하나 있다. 타로 강사인 '달리'가 현재의 내 상태와 모습을 인정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 온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내 자존심이 구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말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에 기분이 상하고 그 말을 거부하는 마음이 올라온 걸 보고 깨달았다.
'아직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나는....'

나는 몇년간 공부하고 쌓아온 어설픈 얼개들을 과대평가했었다. 더불어 나의 위상을 몹시 고귀하게 설정했었는데 결혼,임신,육아의 2년 속에서 그것이 순식간에(바로 한 큐에~) 무너지는 걸 아프게 바라봐야 했다. 결코 복구가 될 기미를 보이지 않은데다가 꼭꼭 묻어두어 소멸했다고 여긴 묵은 습관과 바람직함과는 거리가 먼 성향들이 나를 완전히 채워가기까지 했으니 내 모습은 '꼬라지'수준이 되어갔다. 그건 끔찍하고 고통을 주었다. 그걸 직면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니야 아니야'를 외쳤던 2년 이었던 거다.

그런데 그 거부의 자세를 이번 겨울 피정에서 놓아버린 듯 하다.
놓는다는 것은 '인정하기'부터 해야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내 꼬라지를 인정하였고 더욱이 '진정으로' 그리한 기분이다. 
꼬라지는 나의 어둠이었고 그 어둠을 인정하고 품으며 그것의 가치를 인정해주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인정하고 품음으로서 놓는 것이 가능해졌다고나 할까.
'으응, 이 모습도 나야.'

마음이 편하다.
겨울피정 내내 마음이 편했다.
달리로부터 들은 한마디에 내 심정이 어떻게 꿈틀거렸는가를 감지했을 때부터 겨울 피정이 시작되었고
막상 겨울피정이 되어서는 고독이 반갑고 어둠이 싫지 않았다. 그런 심정으로 '나침반'의 사진을 골랐고
그것에 단상의 글을 붙여주었다. 이미지에 싯구를 붙이는 작업은 꽤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지만 또한 오랜만에 한 것이라 감각이 살아있을까 싶었는데 다행이 나도 만족스럽고 특히나 다른 이들이 많이 좋아해 주었다. 그 중 한 이는 선물로 받기를 원해서 흔쾌히 건내주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작그마한 존재가
집 안을 온통 채우고 있었다. 마구마구 어지럽힘으로써. ^^.
그것이 너무너무 좋았다.

봄을 기다린다.
저 울트라 파워급 꼬마 요정과 봄날의 대지 위를 뛰어 다닐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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