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016년도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의 첫날입니다.

2016년이 시작되자마자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니까 남한에서는 강경대응을 표명하고, 다시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하니까 남한에서는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도망도 안 가고, 라면 사재기도 안 하고 이렇게 사는 걸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에요.(모두 웃음) 우리가 6.25전쟁을 치르는 등 지난 70년을 갈등과 분쟁 속에 살다 보니까 좋게 말하면 면역력이 생긴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무뎌진 것이겠지요.
이렇게 갈수록 통일의 희망은 멀어지고, 평화는 위태로워지고, 경제는 어려워지고, 빈부격차도 심해지니까 ‘살기가 너무 어렵다. 미래의 희망이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런 말들을 하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연세 드신 분들은 과거를 한번 돌이켜 보세요. 우리가 지금 살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30년 전이나 50년 전에 비하면 그래도 더 낫지요? 의식주 모든 면에서 더 낫습니다. 또 요즘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때 독재시대 보다는 지금이 낫습니다.
이런 제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디를 기준으로 볼 것이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좋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지금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고, 나쁠 때를 기준으로 하면 지금이 훨씬 좋은 시기입니다. 저도 지금 이 시대가 좋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시기가 좋거나 안 좋거나, 경제사정이 좋거나 어렵거나, 날씨가 따뜻하거나 춥거나 하는 차이는 있을지라도 ‘시기가 안 좋다고 괴로워 할 일인가?’ 하는 건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물론 겨울보다는 봄이 좋지요. 그렇다고 겨울에는 우울하게 지내고, 봄에만 즐겁게 지내야 될까요? 그건 아니에요. 겨울은 날씨가 좀 안 좋은 건 맞지만 우리는 겨울에도 웃으며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경제사정이 좀 안 좋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우울하고 괴롭게 살아야 할까요? 그건 아니지요. 왜냐하면 옛날에 비하면 훨씬 낫거든요. 옛날에도 즐겁게 살았는데, 지금 즐겁게 살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제 얘기를 듣고 ‘스님은 세상이 어떻게 되든 그저 나 하나 마음만 잘 먹으면 된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태도는 세상의 정의를 외면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 말의 요지는 이겁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다 안 된다는 겁니다. 여러분들도 어릴 때 각자 꿈이 있었을 텐데, 지금 다 그때 원하던 대로 됐어요?”
“아니오.”

“그때 꿈꾸었던 결혼생활을 지금 누리고 있어요?”
“아니오.”

“애를 키워보니까 애가 내 뜻대로 크던가요?”
“아니오.”

“그렇게 뜻대로 안 되는 게 이 세상살이입니다. 그러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인생을 괴롭게 살아야 할까요? 그래야 된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괴롭게 살다가 죽어야 합니다. 그러니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반드시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 힘들다고 난리를 피우면 인도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은 왜 저렇게 힘들다고 난리일까? 한국 가보니까 먹고 살만 하던데’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반드시 괴로워 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어차피 세상은 내 뜻대로 다 안 됩니다. 내 뜻대로 되면 즐겁고 내 뜻대로 안 되면 괴롭다면, 우리는 늘 즐거웠다가 괴로웠다, 즐거웠다가 괴로웠다, 이렇게 널뛰기 하듯이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 뜻대로 다 되면 좋겠지만 내 뜻대로 안 되어도 괜찮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깨닫기가 힘든 거지요.
옛말에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잖아요. 내 뜻대로 됐다고 좋아하고, 내 뜻대로 안 됐다고 울고불고 할 일이 아니라 ‘좀 더 지켜봐야 된다. 안 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고, 되는 게 더 나쁠 수도 있으니 내 뜻대로 되고, 안 되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마라’ 하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걸 깨달으면 살기가 훨씬 좋아집니다.


또 실제로 세상이 좀 더 좋게 되면 더 좋겠지요. 겨울보다는 봄이, 독재보다는 민주주의가, 빈부격차가 심한 것보다는 빈부격차가 작은 게, 긴장이 고조되는 것보다는 평화로운 게 살기가 낫다는 건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안 된다고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알고, 늘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제 말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것이지, 세상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괴로워하면서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웃으면서 즐겁게 이 세상을 좋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먼 길도 웃으면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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